[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혹시 중계가 된다면…."
도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에 도전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가라테의 박희준(27)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는 한국 가라테 선수로는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습니다. 일본 전통 무술인 가라테는 이번 대회를 통해 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3년 뒤 파리에서는 볼 수 없는 종목이 됐죠.
가라테. 솔직히 고백하자면 어디선가 들어본 적은 있는데, 규칙조자 모르는 종목이었습니다. 박희준의 경기를 보기 위해 벼락치기로 공부를 해야 했죠. 물론 지금도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박희준도 가라테의 '낮은 인지도'를 잘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는 예선을 거쳐 랭킹 라운드에 진출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거치지 않고 곧장 대기실로 향했습니다. 뒤늦게 가던 걸음을 멈추고 믹스트존에 들어선 박희준은 "아무도 안 계신 줄 알았어요"라며 웃었습니다.
중학교 때 가라테를 접했다는 박희준. 그는 외로운 길을 걸어왔습니다. 한국의 가라테 등록 선수는 20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한가라테연맹은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가 아닌 준회원 단체고요. 그는 사비를 털어 선수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가라테를 놓지 않았던 이유. 명확했습니다. "가라테는 매력이 있는 스포츠에요. 꼭 메달을 따서 순수한 스포츠로서의 가라테 매력을 알리고 싶어요."
2003년생 '천재소녀' 서채현(18)의 도전도 아름다웠습니다. 서채현은 스포츠클라이밍계가 주목하는 무서운 소녀입니다. 그는 2019년 성인 무대와 동시에 리드 부문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실력자입니다. 도쿄에서 올림픽 첫 선을 보이는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은 많은 기대 속 경기에 나섰습니다. 예선을 전체 2위로 통과하며 한국의 첫 메달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결승전 실수가 아쉬웠습니다. 그는 최종 8위로 올림픽을 마감했습니다.
경기 뒤 서채현은 펑펑 울었습니다. 실수했던 장면이 계속 생각나서요. 애써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그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습니다. 서채현은 옷깃으로 눈물을 쓱 닦으며 말했습니다. "다음 대회에는 스피드가 분리돼 조금 더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대회에서는 꼭 리드에서 1등하고, 볼더링도 잘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스포츠클라이밍을 무섭고 위험한 종목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안전하게 즐기면 재미있는 스포츠입니다."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도전했던 양궁의 안 산(20). 그도 큰 부담감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안 산은 혼성단체전, 여자단체전에 이어 여자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뒤 눈물을 '뚝' 터뜨렸습니다. 그는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한국의 역사. 그가 오롯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들 외에도 도쿄에서 한국 최초에 도전한 사람들은 매우 많았습니다. 메달 여부를 떠나 한국 최초에 도전하는 모두는 엄청난 부담과 걱정 속에서 경기를 치렀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도전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처음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던 그 순간. 그들은 이미 새 역사가 됐다는 것입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