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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연속' 배부른 야구의 예상된 졸전, 간절했던 김연경이 만든 기적…극명한 엇갈림[도쿄올림픽]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거듭된 오만의 결과는 예고된 참사로 나타났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 자타공인 최고 인기 스포츠. 메이저리거는 물론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주력 마이너리거들마저 불참한 올림픽이다.

여기에 정규리그를 중단하며 최강 전력을 구축하고자 했던 노력도 더해졌다. 결승 진출은 좌절됐고, 3위도 장담할 수 없다.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라던 사령탑의 자존심마저 "꼭 금메달 따러온 건 아니다"라며 초라하게 무너졌다.

'위기'가 입에 밴 KBO리그의 진짜 위기다. 2010년대 찬란했던 프로야구 중흥기는 다름아닌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유입된 팬들 덕분이었다. 13년만에 올림픽에 돌아온 야구, 하지만 결말은 참담하다.

대회 전부터 트러블이 거듭됐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논란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받는 팬들을 외면한 선수들의 일탈이 이어졌고, 그중에는 대표팀 선수들과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들이 포함됐다. 리그 흥행에는 찬물을 부었고, 대표팀의 전력은 더욱 약화됐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이미 분위기는 '김빠진 콜라'였다.

대표팀 감독은 감독과 단장을 겸하는 역할이다. 권한이 큰 만큼 그 책임도 오롯이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다.

오만과 고집의 콜라보는 무리수로 이어졌다. 모두가 반대했음에도 사령탑의 쇠고집으로 뽑은 투수의 현실은 예상대로다. 사령탑 스스로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 선발 아닌 불펜임에도 단 3경기에 출전, 경기당 평균 1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했다. 반면 조상우는 올림픽 6경기 중 무려 5경기에 출격, 6이닝을 소화하며 사력을 다했다. 공에 힘이 떨어졌다 한들,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빅리그 승격을 앞뒀던 코리안 마이너리거에겐 관심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황재균은 팔자에 없는 2루수로 나서고 있다. 그나마 박해민과 오지환을 '뽑지 않겠다'던 스스로의 다짐을 번복한 게 천만 다행이다. 두 선수가 없었다면 이번 올림픽은 더욱 끔찍했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 야구를 논할 자격도 없다. '숙적' 일본에겐 여지없이 꺾였다. 마이너리거와 은퇴 선수들이 뭉친 미국에게 '실력 차이'라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2연패를 당했다. 이스라엘과 도미니카공화국에도 고전했던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연일 '기적'을 연출한 여자배구와 대조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세계랭킹은 14위. 올림픽에선 분명한 '약자'였다. 대회 전 악재로 인한 대표팀 전력 타격을 따지면 야구와는 비교도 안된다. 김연경 다음가는 수퍼스타와 국제대회일수록 그 빈 자리가 더 커보이는 최고 세터가 빠졌다.

객관적 전력 열세를 매경기 뒤집고 있다. 역부족인 것만 같았던 세계랭킹 7위 도미니카공화국, 5위 일본, 4위 터키를 연파했다. 다음 상대는 2위 브라질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지만, '도장깨기'를 해온 매경기 예상도 마찬가지였다. 대표팀 은퇴를 앞둔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결과다.

배부른 야구와 간절했던 배구의 차이다. 지켜본 팬들의 눈이 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