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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누구도 너희를 비난할 수 없다' 투혼의 탁구삼총사 향한 유승민 회장의 한마디

"어느 누구도 너희를 비난할 수 없다."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6일 도쿄올림픽 남자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난적 일본에 매치스코어 1대3으로 패하며 동메달을 놓친 후배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이상수-정영식-장우진으로 이뤄진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은 리우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놓친 단체전 메달을 되찾기 위해 분투했지만, 안방 일본의 기세에 눌려 또다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유 회장은 이날 오전 IOC선수위원회 부위원장 당선 직후 탁구경기장으로 달려갔다. 유 회장은 "정말 마음이 안좋다"는 말로 진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IOC위원인 유 회장은 이날 후배들에게 동메달을 걸어주겠다는 일념으로 IOC에 시상자 신청도 일찌감치 했다. 5일 생일을 맞은 선배 유 회장에게 메달을 선물하고 싶은 후배들의 각오도 남달랐다. 그러나 세상일이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유 회장은 "지고 이기고 그런 것보다, 이상수, 정영식, 장우진, 이 세 선수들의 간절한 도전은 내가 직접 올림픽에 도전할 때보다 더 간절했다"고 진심을 털어놨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유승민, 오상은, 주세혁 등 '어벤저스' 선배들이 떠난 후 지난 10년, 이 '탁구바보' '연습벌레' 삼총사의 분투와 도전을 지켜본 탁구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지점이다. 진천선수촌 탁구장의 불을 켜고 끄는 노력파, 자나깨나 탁구생각, 탁구 이야기뿐인 이들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독일에 져 4위에 그친 후 이를 악물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하며 2017년 세계선수권 단식-복식 동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 2019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동메달을 잇달아 따냈던 이들이 단 하나 남은 꿈 올림픽 메달 앞에서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5년전 리우의 눈물에 이어 또다시 아쉽게 4위로 올림픽을 마무리한 후배들 앞에서 유 회장은 "어느 누구도 너희를 비난할 수 없다. 너희들은 최선을 보여줬다"고 격려했다. "이게 실력이란 걸 겸허히 인정하고 도전자 입장에서 다시 도전하자"고 독려했다. "세계랭킹에 기대지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마일리지 세계 랭킹에 연연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랭킹이 높다고 실력이 따라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실력이 높으면 랭킹은 따라올라간다. 랭킹이 높으면 물론 시드 배정에는 유리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을 먼저 키우고 랭킹을 자연스럽게 키우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더 물러날 데가 없다. 여러분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많이 느끼고 배운 만큼, 이 아쉬움만큼 한국탁구의 미래를 위해 또다시 함께 도전하자"는 응원을 전했다.

유 회장은 "반드시 메달을 따야 한다는 선수들의 중압감이 컸던 것같다"면서 "승패의 책임을 논하기보다 앞으로의 바른 방향과 대처가 중요하다"고 봤다. 3년 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세대교체'에 대한 질문에 유 회장은 "세대교체는 인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실력에 기반한 '무한경쟁'을 강조했다. "단순히 랭킹이 높다고 선발하는 관행도 지양해야 한다. 팀과 랭킹을 떠나 한국탁구 전체를 위한 무한 경쟁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회마다 포맷이 다르다. 거기에 맞는 가장 경쟁력 있는 선발방식과 훈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후배 정영식이 '외국 탁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해외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미 일본, 중국, 독일리그에서 뛰어왔고, 월드투어 대회도 많이 나가는 편이다. 오히려 한국 탁구의 인프라나 중국처럼 활발한 프로리그가 이뤄지지 않는 측면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국내에서 탁구 저변을 어떻게 체계화해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전문체육, 정상급 레벨로 끌어올리느냐가 급선무다. 그동안은 엷은 탁구저변에도 성과를 내왔지만 이제 그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 시작한 디비전 시스템을 확고하게 다지고, 프로리그를 출범, 활성화해 선수들을 위한 더 많은 대회를 열어주고 외국 우수선수도 초빙해 경기하게 하는 등 시스템을 혁신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