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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핫포커스]고비 때마다 빛난 '현수형의 입', 캡틴의 가치는 이런 것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도쿄올림픽 기간 내내 김경문호 '최고 수다쟁이'는 다름아닌 주장 김현수(33·LG 트윈스)였다.

입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이동은 물론 경기 중에도 틈날 때마다 동료, 후배들과 대화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김현수의 입이 바빠질 때마다 김경문호는 승리 찬가를 불렀다. 도미니카공화국전 9회말 끝내기 승리 때도, 이스라엘전 7회말 콜드승 때도 '현수형의 입'이 빛을 발했다. 도미니카전 동점 적시타의 주역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김)현수 선배님이 투수가 바뀔 때마다 외야수를 불러모아 '한번은 무조건 기회가 온다, 그때 잡으면 된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함께 모여 이야기한 외야수들이 모두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전에서 4안타를 몰아치며 반등한 강백호(22·KT 위즈)는 "현수형이 '부담은 선배가 짊어질 테니 후배들은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을 믿고 하라'고 하셔서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지환(31·LG) 역시 "(미국-도미니카전 뒤) 현수형이 '투수들 좀 도와주자. 잘 던지고 있으니 타자들이 조금만 더 잘 치면 된다. 찬스 때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타격 반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김현수의 '소통 리더십'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면서 수다 뿐만 아니라 소위 망가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2018년 LG 유니폼을 입은 뒤 주장을 맡아 팀 문화를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 이번 대회에서도 이런 김현수의 리더십은 '역대 최약체'로 불렸던 대표팀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효과를 톡톡히 만들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출항한 대표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부담스런 타이틀을 달고 출항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김경문 감독에겐 이런 김현수의 리더십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주장은 모든 선수가 부담스러워 하는 자리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영예만 있을 뿐, 코치진과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것 뿐만 아니라 개인 성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김현수는 이번 대회에서 말과 행동으로 주장의 품격을 증명하고 있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