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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모두가 안된다던 신재환의 깜짝金 만든 신형욱 감독'나는 아직도 배고프다'

#"내일 금메달 땁니다. 선수를 흔들림 없이 잡아줄 신형욱 감독을 믿으니까."

'도마 신성' 신재환(23)의 도쿄올림픽 도마 결선을 하루 앞둔 1일 송주호 충북대 교수(대한체조협회 이사)는 이렇게 호언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양학선(29)의 금메달부터 10년 넘게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에서 체조 전문 연구원으로 가장 많은 현장 영상을 분석했던 스포츠과학자다.

#"오늘 금메달? 무조건 딸 겁니다. 확률? 95% 이상!" 1988년 서울올림픽, 최초의 도마 동메달리스트인 박종훈 SBS 해설위원(가톨릭관동대 교수) 역시 결선 시작 3시간 전 이렇게 장담했다. 대중에겐 깜짝 금메달이지만 지난 4년의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강호의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금메달 냄새를 맡았다. 2일 밤 도쿄메트로폴리탄체육관에서 신재환이 '요네쿠라' '여2' 기술로 세계에서 가장 높이 날아올랐다. 대한민국 체조 사상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도마의 신' 양학선을 멘토 삼아, 양학선의 길을 따라온 신재환은 금메달 스토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천재'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지난 4년간 체조 대표팀의 철저한 전략과 치열한 노력을 통해 공들여 만든, 준비된 메달리스트다.

신재환은 국가대표 출신 신형욱 감독이 2017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신 감독은 "양학선을 이을 선수를 물색중이었다. 2017년 전국체전에서 오직 도마 가능성을 보고 이 선수를 뽑았다. 당시 현장의 반대도 많았다"고 떠올렸다. "재환이가 로페즈(난도 6.0, 손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3회전 비틀기) 기술을 뛰는 걸 봤는데 높이가 남아돌았다. 도약 높이와 비틀기를 보고 '되겠다' 생각했다"고 보석을 발견한 순간을 떠올렸다. 한 체조인은 "신 감독이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신재환을 추천했다. 기복이 있는 선수다 보니 다들 반신반의했다. 모두가 반대하는 선수를 신 감독이 강력하게 우겼다. 오늘 이 금메달은 신 감독의 혜안과 지난 4년 노력의 결과다. 선수도, 감독도 얼마나 간절하게 준비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신 감독은 신재환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믿었다. 자신을 뽑아주고 믿어주는 스승의 믿음에 신재환이 폭풍성장으로 보답했다. '올림픽 챔피언' 양학선의 독보적 기술은 신재환 김한솔 등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전수됐다. 신재환이 1차에 뛰는 난도 6.0의 '요네쿠라' 기술은 '도마의 신' 양학선이 코리아컵에서 먼저 성공했던 소위 '양2' 기술이다. 국제체조연맹(FIG) 공인 대회가 아니었던 탓에 일본 요네쿠라에게 기술등재를 빼앗겼지만 양1, 양2 원천기술은 오롯이 살아남아, 진천선수촌 체조장에서 공유됐다. 양학선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전하던 시기, 신 감독은 김한솔 신재환을 함께 준비시켜 공존과 성장을 이끌었다. 막내 신재환을 멜버른, 바쿠월드컵에 잇달아 출전시켜 실전 감각을 쌓도록 했다. 기량은 일취월장했다. 2018~2020시즌 도마 랭킹 1위를 달렸다.

신 감독의 도쿄올림픽 목표는 도마의 양학선 신재환, 마루의 류성현(19) 김한솔(26) 모두를 메달리스트로 만드는 것. 간절한 노력은 통했다. 리우올림픽에서 단 1명도 결선에 올리지 못했던 한국 남자체조는 신재환(도마) 류성현 김한솔(이상 마루), 개인종합 이준호 등 4명의 파이널리스트를 배출했고, 양학선이 아쉬운 착지 실수로 결선행을 놓쳤지만, 후배 신재환이 결국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신 감독은 "재환이는 긴장도 많이 하고, 흥분도 잘하는 선수라서 대회마다 기복이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했다. 더 열심히 더 잘하려고 애쓰기에 절대 그렇지 마라, 평소대로 하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말을 제일 많이 한 것같다"며 웃었다. "착지 싸움인 도마에서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서진다'고 얘기해줬다. 1차 시기 '요네쿠라', 박자가 좀 안맞았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몸을 당겨서 기어이 일어서더라"며 금메달 뒷얘기를 전했다.

9년만의 금메달에도 신 감독은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내 목표는 도마 금, 은메달, 마루 금메달이었다. 코로나 시기에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린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한국 체조 역사를 다시 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신재환의 금메달 뒤 '아픈 손가락'들을 떠올렸다. "금메달을 땄지만 솔직히 기쁨보다 아쉬움이 크다. (양)학선이가 100% 할 수만 있었다면 정말 너무 좋았을 것같다. 마루에서 착지 실수로 4위를 한 (류)성현이도 정말 좋은 선수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내내 햄스트링 트라우마로 잠 못이루는 애제자 양학선을 위한 심리치료, 스포츠 영양학 전문가를 연결하고, 허리가 아픈 신재환의 재활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열 제자 챙기느라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 스트레스로 협심증 진단을 받아 심장약을 달고 산다. 불면의 밤엔 남몰래 수면제도 털어넣었다. "감독으로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정말 컸다. 재환이가 해줘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허리 디스크로 철심을 박고도 포기하지 않고 매일 수십 번 도마를 뛰며 노력한 선수다. 주변에서 안된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탱크같은 노력으로 모든 편견을 털어냈다." 금메달 감독이 4년만에 처음으로 편안한 미소를 띄워보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