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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배드민턴 결산...성적보다 값진 '투혼+희망'보였다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희망을 보였다.'

한국 배드민턴이 도쿄올림픽을 동메달 1개로 마감했다. 여자복식 김소영-공희용이 이소희-신승찬과의 집안대결에서 값진 수확을 한 게 유일한 메달이었다.

이로써 '노메달'을 면한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3회 연속 동메달 1개를 기록했다. 결과로 보면 이른바 '평년작', 금메달을 수확했던 이전 올림픽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다.

하지만 과정을 돌아보면 희망을 엿보게 만든 '성공작'이라 할 수 있다. 결과를 뛰어넘은 '투혼'과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다난했던 올림픽 준비 과정을 보면 더욱 그렇다. 모두가 겪은 코로나19 여파를 제외하더라도, 한국 배드민턴은 올 초부터 협회 내분으로 인해 정상적인 출발을 하지 못했다. 신임 감독 선임, 여자복식 국가대표 선발에 대해 잡음과 의혹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대표팀은 한동안 정상 소집을 못한 채 촌외훈련을 전전하다가 5월 초가 돼서야 선수촌에 입촌할 수 있었다. 올림픽 준비에 집중한 기간은 2개월 남짓이었다.

어수선한 집안 사정 때문에 선수들이 동요하지 않을까 주변의 걱정도 컸다. 걱정은 기우였다. 선수들은 올림픽이 시작되자 '투혼'으로 화답했다. 대표 주자는 막내 안세영. 2002년생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 선수 가운데 최연소다. 어린 나이에도 그는 여자단식 조별예선과 16강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무릎을 다쳐 피를 흘리면서도 승리를 만들어냈다.

'출혈투혼'으로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던 안세영은 8강전에서 비록 패했지만 경기 중 발목 부상을 참고 끝까지 버텨 감동을 선사했다. 게다가 8강 상대 천위페이(중국)가 1번 시드 혜택으로 16강을 부전승 통과하며 체력을 비축한 점, 부상에도 대등했던 경기내용 등을 감안하면 안세영은 커다란 희망을 안겨줬다.

투혼으로 만든 '대이변'도 한국의 몫이었다. 이변의 주인공은 남자단식 허광희와 여자복식 김소영-공희용이다. 세계랭킹 38위인 허광희는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세계 1위 모모타 겐토(일본)를 물리쳐 이번 대회 배드민턴 최고의 이변을 만들었다. 바통을 이어받듯 세계 5위 김소영-공희용은 8강전서 세계 2위 나가하라 와카나-마쓰모토 마유(일본)를 격파했다. 결국 최소 금메달 1개를 목표했다가 동메달 1개로 고개를 숙인 일본에 결정적인 비수를 꽂은 셈이다.

특히 허광희는 한국 출전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낮아 조별예선 통과도 힘들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8강까지 진출하며 복식 강세였던 한국 배드민턴에 단식의 희망을 쏘아올렸다.

한국 배드민턴 선수단의 투혼 행진은 감동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집안대결로 열린 여자복식 동메달결정전에서는 서로 "미안하다"는 소감으로 국내 배드민턴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우리 선수들이 성적보다 값진 스포츠 정신을 보여줘서 고맙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하락세인 배드민턴 인기가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