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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전국민 높이뛰기 입덕각' '스마일 일병'우상혁,도쿄올림픽을 찢었다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도쿄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기분좋은 대사건이 발생했다.

1일 밤 도쿄올림픽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높이뛰기 결선, 만화같은 가느다란 몸에 기린처럼 긴 다리로 겅중겅중 달려올라 2m30이 넘는 바를 훌쩍 뛰어넘는 유럽, 북미, 중동 에이스들 사이에 1996년생 대한민국 일병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끼어 있었다.

올림픽 무대에서 2m33을 뛰어넘은 최후의 7인, 2m35를 뛰어넘은 최후의 5인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아시아인인 것도 기적같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올림픽 메달리스트, 세계 톱랭커들 틈바구니에서 전혀 기죽지 않는 청년의 기세, 호연지기였다.

우상혁은 올림피언으로서 선물처럼 찾아온 올림픽 무대를 마음껏 즐겼다. 왼쪽 어깨에 '야망과 열정, 오륜마크' 타투를 새긴 청년은 도쿄올림픽스타디움을 채운 각국 임원, 선수들을 향해 양팔을 벌리더니 신명나는 제스처로 박수를 유도했다. 햇살처럼 환한 미소가 작렬했다. 오른쪽, 왼쪽이 다른, 짝발용 전용화를 신고, 전력을 다해 내달리더니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올랐다. 우상혁은 자신의 최고기록인 2m31에 1㎝ 부족한 2m30을 가볍게 성공한 후 카메라를 향해 "이제 시작이에요! 레츠고"를 외쳤다.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4㎝나 높은 2m35를 1차 시기에 단번에 넘고 나서는 스스로도 놀란 듯 펄쩍 뛰어오르며 뜨겁게 포효했다. 가슴의 태극마크를 수차례 치며 '나야나!'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1997년 이진택이 세운 한국신기록을 무려 24년만에 갈아치웠다. 그리고 공동 금메달 무타스 바르심(카타르), 지안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 동메달 막심 네다세카우(벨라루스) 이어 2㎝ 차로 최종 4위에 올랐다. 올림픽 4위는 한국 육상 사상 역대 최고 순위다.

성공했을 때의 포효보다 더욱 눈길이 간 건 실패 후의 태도였다. 2m37에 실패한 후 그는 활짝 웃더니 툭툭 털고 일어나 "괜찮아!"를 외쳤다. 2m39, 최종 실패 후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을 마감하며 카메라를 향해 거수경례를 올려붙였다. 국군체육부대 일병의 절도 있는 경례엔 패기가 넘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올림픽 메달을 아쉽게 놓쳐 조기전역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육상의 한획을 그은 것에 만족한다. 군대에 갔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한여름밤, 자신의 한계에 즐겁게 도전하는 '높이뛰기 청년'의 무한도전은 이번 올림픽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쫄지 않고, 졌다고 울지 않고, 스스로 좋아서 달리고, 올림픽 자체를 온전히 즐길 줄 아는 MZ세대, 대한민국 스포츠 신인류의 자랑스러운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 네이버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우상혁은 "저는 가만히 있는 높이에 지기 싫었다. 그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올림픽 4위에 오른 후엔 "다음 올림픽 목표는 우승입니다. 저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쳤다.

경기를 보는 내내 메달은 중요치 않았다. 높이뛰기 청년의 무한도전, 눈부신 쾌거는 코로나에 지친 국민에게 진정한 위로가 됐다. 온라인은 난리가 났다. 포털 네이버엔 순식간에 2만 개가 넘는 응원 댓글이 쏟아졌다. SNS 팔로워수도 하룻밤새 2만 명을 돌파했다. 가히 '우상혁 신드롬'이다. '진짜 이번 올림픽중 최고였다' '진짜 멋있었어요!' '진정 즐길 줄 아는 당신이 챔피언!' '내 인생 최고의 한국 올림피언' '저에겐 당신이 올림픽 금메달입니다' '우상혁 선수의 긍정 에너지에 진심 힐링됐어요' '도쿄올림픽 원픽! 우상혁' 등 응원과 격려의 댓글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스턴건' 김동현도 감동의 댓글을 남겼다. '진짜 너무너무 대단하시고, 너무 아쉽고, 4위 한국신기록 너무 축하드립니다. 높이뛰기라는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묵묵히 수많은 시간을 인내해오셔서 이런 대기록을 세우신 것'이라고 썼다.

우상혁은 결선 당일, 4개의 금메달을 휩쓴 양궁대표팀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후 '디데이 아침부터 금메달 기운'이라고 했다. 양궁대표팀의 금빛 기운 덕분이었을까. 2m35를 날아오른 우상혁은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다. '응원해주신 모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정말 오늘밤 높이 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Let's go, Woo.'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