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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기적 같은 재활 끝 올림픽 무대 선 이선미, 값진 '4위'로 보답받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제2의 장미란' 이선미(21·강원도청)이 아쉽게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이선미는 2일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역도 여자 +87㎏급 결선에서 인상 125㎏, 용상 152㎏, 합계 277㎏을 기록했다. 인상에서 1차 시기 118㎏, 2차 시기 122㎏, 3차 시기 125㎏을 차례로 성공시키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한 이선미는 용상에서도 성공행진을 이어갔다. 1차 시기에 148㎏을 들어올린 이선미는 2차 시기에 152㎏까지 들어올렸다. 마지막 3차 시기, 155㎏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277㎏를 들어올린 이선미는 리 원원(중국), 에밀리 캠벨(영국), 사라 로블레스(미국)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선미는 세대교체에 나선 한국 역도가 주목하는 이름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역도를 시작한 이선미는 중학교 3학년 때 나간 2015년 소년체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역도에 재미를 붙인 이선미는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8년 장미란이 세웠던 주니어 기록을 경신했고, 2019년 평양에서 열린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쓸어담았다. 2018년과 2019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는 최중량급 2연패를 달성했다.

승승장구하던 이선미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에 전념하던 지난해 허리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가장 중요한 1년, 재활에만 전념해야 했다. 부상에서 채 회복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마지막 대회에 나섰다. 통증을 견디며 바벨을 들어올린 이선미는 2019년 기록과 합산으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허리에 이어 무릎까지 통증이 찾아왔지만, 놀라운 의지로 버텨냈다.

어렵게 올라온 올림픽,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계 기록 보유자는 물론, 트렌스젠더 선수와도 겨뤄야 했다. 중국의 리 원원은 세계 주니어 신기록, 세계 신기록을 모두 보유한 당대 최강자였다. 로렐 허바드(43·뉴질랜드)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트렌스젠더 선수였다. 그 전까지 남자 역도 선수로 활약했던 허바드는 2012년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2016년부터 다시 바벨을 잡은 허바드는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과연 스포츠 공정에 맞는 결과인가' 하는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이선미는 이들 뿐만 아니라 체력 조건이 월등한 유럽 등 최정상 선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힘겨웠던 지난 1년에 대한 한을 풀기라도 하는 듯, 매 시기마다 깔끔하게 바벨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5㎏이 모자랐다. 한국 역도에 13년만의 올림픽 메달을 전하려는 목표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그에게는 3년 뒤 파리가 남아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패기넘치는 경기력이라면, 분명 '제2의 장미란'이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메달을 목에 걸 것이라 확신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