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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기혼남 오해→017 2G폰 사용'…'기도하는 남자' 박혁권의 솔직한 이야기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박혁권(48)이 영화 '기도하는 남자'와 인간 박혁권의 라이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극한의 상황, 위험한 유혹에 빠진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과 그의 아내 정인(류현경)의 가장 처절한 선택을 그린 영화 '기도하는 남자'(강동헌 감독, 스튜디오 호호·영화사 연 제작). 극중 믿음에 잠식 당한 목사 태육 역의 박혁권이 14일 서울 중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3년 극단 산울림 단원으로 연기 활동을 시작해 오랜 기간 연극, 영화, 드라마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온 박혁권, '펀치'와 '육룡이 나르샤' 출연을 계기로 모든 세대들에 두루 사랑받는 배우로 자리매김, 이후에도 드라마 '초인가족',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녹두꽃', 영화 '터널',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장산범', '해치지 않아' 등의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가 주연작 '기도하는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태욱은 지독한 경제난 속에서 힘겹게 개척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장모의 수실비가 급히 필요하게 되자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는 중 후배에게 치욕스러운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끝내 방법이 없던 그는 후배의 외도 사실을 빌미로 돈을 받아내려 하고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한다.이날 박혁권은 '기도하는 남자'를 택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는 각 등장인물을 감정 라인의 잘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해야겠다는 느낌이 딱 들었다. 대본을 읽고 바로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촬영부 출신인 강동헌 감독의 현장은 다른 현장과 달랐다고 전했다. "감독님이 이창동 감독님과 여러 작품을 촬영부로 같이 하셨다. 배우들은 감정적인 부분에 시간을 많이 가져가려고 하는데 감독님이 촬영부 출신이다 보니까 촬영이 빨리 진행됐다. 저예산 영화아보니까 예산 항상 부족한데 빨리 진행되는 게 훨씬 좋았던 것 같다. 감독님도 딱 필요한 걸 말씀해주시고 효율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연기할 때는 편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가장 인상적인 신들린 듯한 화장실 기도신에 대한 에피소드도 전했다. "화장실에서 정신없이 기도하는 부분이 대본상에는 약간 방언을 하는 느낌이었다"며 "그런데 저는 방언하는 걸 본적도 없고 동영상을 찾아봤는데 제가 의심의 많은 성격이다 보니, 방언을 하는 사람들이 무슨 신의 계시를 받아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본인들이 말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방언이 아니라 그냥 기도하는 장면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태욱처럼 기독교 신자라는 질문에 "교회는 어렸을 때 과자 준다니까 한두 번 가봤다. 성당도 가보고 절도 가봤다. 지금은 무신론자에 가깝다. 의심이 많아진 건 배우가 되고 나서 그런 것 같다. 배우는 사람을 관찰하는 직업인데 어떤 인물을 던져주는 데로만 보면 답을 찾지 못할 때가 많아서 '왜'라는 질문을 많이 붙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의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개신교의 문제점도 함께 건들인다는 점에서 민감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영화 '기도하는 남자'. 박혁권은 "그래서 처음 작품 선택할 때 망설여지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개신교를 건들이면 큰일 나지 않나. 개신교를 건들이면 제 앞으로의 배우인생이 힘들 거 같기도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께 '직업이 꼭 목사여야 하냐'라고 묻기도 했다. 꼭 목사가 아니라도 그냥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인물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업을 바꾸면 이야기의 틀이 많이 달라져야 될 것 같다더라. 연기할 때는 목사라는 직업 자체보다 힘들어 하는 이 사람과 상황 자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노출신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다른 무엇보다 뱃살이 걱정이었다는 박혁권은 "그때 뱃살이 너무 많이 쪄서 다른 거보다 그게 가장 신경 쓰였다. 예쁘게 보이고 싶다기 보다는, 이 장면이 보여줘야 하는 감정과 이야기가 있는데 뱃살 때문에 모든 시선이 뱃살로 쏠릴까봐 걱정했다. 그 장면에서 저 상황과 감정이 보여야 하는데 저 배만 생각나면 어떠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원래 너무 잘생긴 것도 연기에는 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배우가 너무 잘생겨서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의 스토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얼굴만 생각나면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저는 좀 유리하다. 노출신 촬영할 때는 굶고 찍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혁권은 극중 생활고에 시달리는 태욱에 대해 설명하면서 배우 역시 녹록치 않은 직업이 아니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배우들도 월급이 없고 고정수업이 없지 않나. 꾸준히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연기로 돈을 버는 배우들은 사실 많지 않다. 그래서 후배들을 보면 정말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저는 연극을 하면서 오디션을 보고 나서 영화와 드라마를 했는데 요새는 후배들이 볼 수 있는 오디션도 많지도 않더라. 요새 드라마는 캐스팅 디렉터가 많이 관여하면서 신인배우들이 볼 오디션이 많이 줄었다. 영화도 캐스팅 보다는 알고 있던 사람을 통해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태욱처처럼 금전적인 큰 고민을 해본 적이 없냐는 질문에 "금전적인 고민은 모두가 하는 거 같다"며 "부자들 만나도 그들도 돈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돈은 어지간하면 항상 모자른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나만해도 예전과 비교하면 수익이 훨씬 많아졌는데도 돈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돈으로는 욕심을 채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힘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극무대 출신으로 최근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들이 충무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다는 박혁권. 그는 특히 최근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는 이정은을 언급하며 "이번에 '기생충'을 보고 정은이 누나 연기에 쇼크를 먹었다. 누나의 연기를 보고 자극제도 됐다. 스스로 채찍질 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다"고 말했다. 또한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언급하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자부심이 생기더라. 한국영화가 오히려 아카데미의 격을 높여 준 것 같아 막 자부심이 생기더라. 그들이 우리에게 상을 줘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카데미의 격을 높여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기생충'이 상을 받으면서 봉 감독님의 말처럼 로컬이었던 아카데미가 정말 세계적인 영화상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3년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2G 휴대폰을 쓴다고 밝혔던 박혁권. 이날 인터뷰에서 "아직도 2G폰을 쓰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도 쓴다"고 주머니에서 폴더폰을 꺼내 보였다. 그러면서 "앞자리가 017이고 중간 번호도 아직도 세 자리다"고 말했다. 이에 2G폰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그냥 전화번호를 왜 바꿔야 되나 싶어서 쓰는 거다. 이 번호 만든 지가 21년 정도 됐다. 98년도에 만들었다"고 말했다.작품을 할 때 스태프와 배우들의 단체 채팅방에 참여할 수 없어 불편하지 않냐고 묻자 "그래서 그런 건 좀 미안하다. 항상 단톡방에서 말한 중요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전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폰이 있긴 있는데 네이게이션용이다. 그 폰에 한번 카톡도 깔아봤더니 사람들은 쓸데없이 연락을 너무 많이 하더라. 쓸데없이 연락을 왜하는지 모르겠다. '뭐해?' 이런 연락은 도대체 왜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들이 다 하는 것도 피하려는 편이다.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건 재미가 없다. 남들이 하면 제가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혁권은 결혼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비혼주의는 아닌데 그냥 결혼해서 누구와 같이 살 자신이 없다"며 "혼자 20년 넘게 살다보니 누구와 함께 살 자신이 없다. 공간에 대한 것도 시간에 대한 것도 공유할 자신이 없다. 이런 게 혼기를 놓쳤다는 거라고 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혼으로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박혁권. 그는 "저는 결혼을 한 번도 안했다. 해본적도 없다. 그런데 주변에서 기혼으로 오해를 많이 한다. 한번은 '자기야'에서 섭외 전화도 왔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기도하는 남자'는 단편 '애프터 세이빙'으로 제31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에 초청됐고, 두 번째 연출작 '굿나잇'으로 제46회 대종상 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강동헌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박혁권, 류현경, 남기애, 백종승, 오동민 등이 출연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랠리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