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롯데 향한 칭찬세례, 정말 필요한건 '기다림'이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지난해 꼴찌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칭찬세례다.

롯데 자이언츠의 겨울나기에 연일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스토브리그 초반 코칭스태프 대거 정리, 방출 릴레이에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만 해도 뭇매를 맞는 듯 했다. 그러나 포수 보강에 이어 외국인 선수, 코칭스태프 영입 소식이 뒤를 이었고, 외부 FA 안치홍 영입까지 성공하면서 환호성이 메아리치고 있다.

롯데가 변화를 시도한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리더십이 교체될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졌고,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환호가 비난으로 바뀌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즌 초반 반짝하다 하락세를 타는, 일명 '봄데' 시기를 거친 뒤엔 매번 성적에 따른 비난과 책임론이 뒤따랐다. 구단 안팎에서도 경기 외적인 부분들이 심심찮게 거론됐고, 경기력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현장 리더십은 표류했고, 프런트의 방향성도 수시로 변했다. 성민규 단장 체제로 전환한 뒤 롯데가 보여준 구체적 성과, 명확한 방향성은 불분명한 행보의 연속이었던 그동안의 모습 탓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관건은 시간이다. 스토브리그는 어디까지나 준비 기간이다. '수확의 계절'인 시즌에 돌입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당장의 결과물을 두고 반복될 비난이 롯데가 어렵게 만든 변화의 토대와 개혁 프로세스를 흔드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불과 1년 전 양상문 감독 체제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칭스태프 변화, 내부 육성 기조 속에 시즌을 준비하는 롯데가 성장을 통해 결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없었다. 결국 전반기 종료 후 단장-감독 동반 퇴진의 결과물로 귀결된 바 있다.

성민규 단장의 시선도 현재가 아닌 미래에 맞춰져 있다. 허문회 감독 체제로 전환한 올 시즌 새롭게 꾸린 전력을 바탕으로 기틀을 다지고, 2021시즌 승부를 걸겠다는 목표다. 새로 데려온 허 감독 및 국내외 코칭스태프들이 재야 고수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롯데에서 보내는 첫 시즌이다. 선수 개개인을 파악하고 전력을 재구성해 색깔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롯데가 2020시즌 전반기 팬들의 기대치와 동떨어진 내용과 결과를 낼 때, 비난 대신 기다림과 성원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또다시 이해가 아닌 비난과 변화 요구가 이어진다면 프로세스 정립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추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력 좋은 요리사가 고급 재료와 최신 식기만 갖춰서 해서 산해진미를 만드는게 아니다. 공들일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의 롯데에 필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는 여유와 인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