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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복귀전 허일영, 추일승 감독 '신의 한수'가 된 사연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우리도 출전 엔트리 보고 놀랐어요. 모험이었지요."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사무국 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흥분된 기분을 한동안 진정시키지 못했다.

5일 홈경기로 펼쳐진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안양 KGC전에서 84대83 진땀승을 거두고나서다. 깊은 여운을 안겨준 이는 허일영(35)이다.

허일영은 이날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2개월 만에 출전했다. 너무 강렬한 복귀전이었다. 3쿼터 종료 1분21초 전 교체 투입된 그는 62-60으로 쫓긴 25.1초 전 3점포를 터뜨리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짜릿함의 절정은 따로 있었다. 81-83으로 뒤진 경기 종료 41.8초 전 3점포를 또 성공했다. '위닝샷'이었다. 허일영은 이날 복귀전에서 결정적인 3점슛 2개를 포함해 11득점 3리바운드로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됐다. 오리온은 지난 1일 SK전에 이어 '1위팀 킬러'라는 기분좋은 별칭도 얻었다.

상대팀의 김승기 감독은 "KGC에 강한 허일영이 돌아오는 바람에 진 것 같다"며 허일영의 깜짝 활약에 혀를 내둘렀다. 그도 그럴 것이 허일영은 진짜 KGC에 강했다. 지난 2018∼2019시즌 KGC와의 5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15.6득점을 했다. 허일영이 상대한 9개팀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특히 3점슛은 평균 5개 중 3.6개를 넣어 성공률이 72%에 달했다.

오리온 구단에 따르면 허일영이 이날 KGC를 노리고 출전을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당초 복귀 예정은 9일 창원 LG전이었다. 부상에서 복귀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출전시킬 생각은 없었다.

허일영의 9일 출전으로 가닥을 잡았던 추일승 감독의 결단을 앞당기게 한 것은 3일 서울 삼성전이었다. 1일 1위 강호 SK를 다소 여유있게 물리치고 삼성전에서 연승을 노렸지만 71대72로 아쉽게 패했다.

시즌 최하위권을 맴도는 팀 전력, 분위기 상 또 추락할 우려가 컸다. 더구나 상대가 연승 신바람을 타고 선두로 올라 선 상태였다.

'강한 KGC를 물리치자'는 야심은 언감생심, 흐트러질 우려가 큰 내부를 단속하는 게 먼저였다. '어떻게 새로 판을 짜야하나' 고민하던 중에 부상 재활 중에도 훈련장에 꼬박 꼬박 나와 슈팅 연습에 열심이던 허일영이 눈에 들어왔다. 슬쩍 의중을 떠보니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출전이 가능하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같은 최하위권인 LG전에서 복귀하는 게 부담이 덜할 텐데, 팀을 위해 KGC전 출전 의지를 보인 허일영이 고맙기도 했다. 결국 추 감독은 전반까지 선수 교체를 풀가동해 상대의 힘을 떨어뜨린 뒤 후반 승부처에서 이현민-허일영 등 베테랑의 노련미에 승부수를 던지기로 했다.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허일영이 이렇게 극적인 활약을 할지 전혀 예상못했다. 삼성전에서 패하지 않았다면 짜릿한 '허일영 스토리'도 없었을텐데 올 시즌 최고의 경기 중 하나가 됐다"며 구단 프런트는 추 감독의 용병술에 '엄지 척'을 했다.

김태훈 구단 사무국장은 "SK가 우리에게 패한 뒤 연패에 빠지기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었다. 대신 KGC를 잡으면서 KGC의 단독 1위 도약을 막아줬으니 반쯤 빚을 갚은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