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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스포츠클럽 좌담회]우리아이들이 더 행복한 학교스포츠클럽 위한 제언

2018년 11월, 주말마다 전국 16개 시도에서 종목별로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교내 대회, 교육청 리그 대회, 교육감배 대회를 거쳐 선발된 전국 초중고 2만여 명의 학생들이 23개 종목의 시도 대표로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내로라하는 전국 학교스포츠클럽이 총출동한 전국 대회 현장은 말 그대로 '축제'였다. 승패, 순위보다 우정, 협동, 배려 등 스포츠가 지닌 교육적 가치에 각별히 마음을 썼다. 지난 1년간 학교스포츠클럽에서 함께 땀 흘린 선후배, 친구들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구대회가 한창이던 16일 전남 목포국제축구센터 회의실에는 대회를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상우 교육부 체육예술교육지원팀 연구사, 손증철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본부장, 윤형숙 전남교육청 장학관-박형상 장학사, 김경무 전남축구협회 사무국장, 이승혜 전남체육회 대리, 광주제일고 박현필 교사와 김태건군(18), 박민석군(17)이 결산 좌담회를 통해 학교스포츠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현장에서 직접 뛰면서 느낀 성과와 앞으로 가야할 길을 짚었다.

▶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승패보다 축제!

축구 대회를 주관한 전남교육청 윤형숙 장학관은 "작년부터 전국 대회를 전국 16개 시도에서 종목별로 분산 개최하고 있다. 전에는 대한체육회에서 주관했는데,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동안 교육적으로 추구했던 것들, 일선학교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직접 디자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힘들긴 하지만, 즐기면서 신나게 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무를 전담한 박형상 전남교육청 장학사는 "16개 시도 장학사들이 모여서 고민과 연구를 많이 했다. 올해만 4번이나 모였다. 스포츠클럽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고 했다. "아이들이 경기뿐 아니라 문화 체험을 통해 배우고 즐기는 축제를 만들고자 16개 시도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단체 메신저를 통해 종목별 사례를 공유하며 서로 배웠다"고 과정을 소개했다. "작년 대회 만족도 설문에서 학생들이 뽑은 키워드는 '승패 순위 승리'가 아닌 '우정,추억 도전 흥미 협동 배려'였다. 흥미를 갖고 협동, 배려하는 가운데 우정과 추억을 쌓는 것이 스포츠클럽"이라며 축제 같은 대회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회 운영은 전남축구협회에서 맡아주셨다. 대한체육회가 예산을 지원해주셨고, 지자체에서도 관광지 무료 입장, 문화해설사 지원 등 많은 도움을 주셨다. 교육청 단독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체육회, 유관기관들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축제"라고 평가했다.

스포츠클럽의 주체인 학생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수능을 마치자마자 목포로 달려왔다는 광주제일고 3학년 김태건군은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경기 자체보다 전국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즐기러 온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작년보다 올해 지원이 잘된 것같다. 더 바랄 게 없다"고 극찬했다. 2학년 박민석군은 "축구는 남녀노소 모두 즐기고 좋아하는 스포츠다. 전국 학생들이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면서 "바라는 점은 심판님들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누고 소통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박현필 광주일고 체육교사는 "버스에서 내리면서부터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다. 경기장 외 체험 부스도 잘 돼 있었다. 축구의 경우 여러 구장에서 경기가 동시에 열리면서 긴장감도 높아졌고, 숙소, 운동장 등 환경적인 부분도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무엇보다 사전 안내가 잘됐다. 지도교사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장학사님들이 SNS로 공지해주셨다. 출발 당일 날씨 등 현장의 실시간 정보를 알고 올 수 있어 좋았다"고 평가했다. 더 나은 대회를 위한 개선점으로 "점수판이 너무 작다. 경기시간과 점수, 상황을 알리는 전광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경기운영을 도맡은 전남축구협회 김경무 사무국장은 "경기 전에 양팀이 함께 어우러져 사진을 찍고, 현장에서 이긴 팀 선수들이 진 팀 선수들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지도자, 심판, 선수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은 대한축구협회의 ' 리스펙트(존중)' 캠페인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

이승혜 전남체육회 대리는 "전국스포츠클럽에 시도체육회는 올해 처음 관여했다. 시도 교육청이 계획을 세우고, 우리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후원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축구의 경우 올해 8개 구장 전체에 구급차를 배치해 안전 확보 측면에서 좋았다는 평가다. 체육회 입장에서는 경기적인 면을 더 적극적으로 돕고 싶다. 예산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떤 부분에 예산이 더 필요한지 빨리 파악해 적재적소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증철 대한체육회 학교체육본부장은 "학교스포츠클럽은 정부가 추구하는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학생을 구현하는 데 가장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대회 종목수 확대도 제안했다. "왜 우리 종목은 전국 대회가 없느냐는 항의를 자주 받는다. 현재 23개 종목 외에도 10개 시도 이상이 참여하는 경우 전국대회를 신설해 더 많은 종목,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학교체육 정책과 전국대회를 총괄하는 교육부 나상우 연구사는 "승패를 벗어나 참가에 의의를 둔 축제의 장을 기획했다. 학생들이 2년새 현장을 축제로 인식하게 됐다. 이를 교육적으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육부에서 특별교부금으로 개최비, 참가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일부 시도는 참가비가 부족하다. 시도교육청의 예산을 학교스포츠클럽에 쓸 수 있도록 시도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중이다. 향후 필요한 부분을 시도교육청 장학사님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체육-생활체육-전문체육 선순환을 위한 제언

풀뿌리 학교체육, 생활체육의 활성화, 저변 확대를 통한 전문선수의 발굴 등 선진국형 선순환 모델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학교스포츠클럽에서 국가대표가 나올 수 있을까.

손증철 본부장은 "현 상황에서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한 전문선수 양성은 쉽지 않다"고 봤다. "공공스포츠클럽 전문반을 통해서는 가능하다. 이런 클럽은 전문 코치가 지도하고 방과 후 매일 운동한다. 국가대표, 실업팀 출신 지도자가 가르치고, 잘하는 학생들이 단계별로 상위 전문반으로 올라가는 연계 스포츠클럽에서라야 가능하다"고 봤다. "학교운동부가 폐지되면 시군구 전문 스포츠클럽을 통해 선수를 양성해야 '선순환'이 되는데 아직은 어려움이 있다. 당장 운동부 학생들을 학교 밖에 내보내면 갈 곳이 없다. 예산도 시스템도 아직 준비가 안됐다. 시간이 걸린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학교체육과 전문체육의 선순환은 당장은 시간이 걸리지만 가야할 방향"이라고 명시했다. "교육부, 문체부, 체육회, 교육청, 종목단체, 시도체육회 등 각 기관들이 새 거버넌스인 학교체육진흥회를 통해 좋은 대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한국체육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투자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상우 교육부 연구사는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우수한 기량을 보이는 학생들을 전문체육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스포츠클럽뿐 아니라 마을 단위의 스포츠클럽, 공공 스포츠클럽 등을 내년에 시범운영할 예정"이라면서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운동하는 일반 학생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재능이 있는 선수는 전문선수반, 유관기관 연계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행복한 학교체육을 위한 현장 제언

각 기관 학교체육 주체들이 집결한 좌담회 현장에선 실질적인 제언들이 쏟아졌다. 박현필 광주제일고 교사는 체육시수를 당장 늘리기 힘든 상황, 학원 가는 아이들을 붙잡기 힘든 현실 속에 실현 가능한 체육활동의 솔루션으로 점심시간 확대를 제안했다. 박 교사는 "현장의 모두가 인정한다. 정책적으로 점심시간을 늘려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그 시간에 뛰어놀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4~5교시 체육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점심시간을 앞뒤로 붙여서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점심시간을 확대해 탄력적으로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학교는 점심시간 1시간 중 30분 밥 먹고, 30분 점심리그를 한다. 아이들이 5분만, 10분만 더 달라고 조른다. 일주일에 단 하루라도 점심시간을 늘려주면 아이들이 문화 체육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육교사의 제안에 광주제일고 학생들이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윤 장학관은 교육부에 스포츠클럽 홈페이지 운영과 관련, "전국스포츠클럽 홈페이지에 각 교육청 대회, 시도단위 대회도 신청, 등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경기도는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16개 시도는 종이 공문을 주고받는다. 각급 학교 홈페이지에서 직접 등록하고 신청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열어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청소년 심판 교육도 제안했다. "스포츠클럽대회에서 학생들이 심판을 볼 수 있도록 연수를 진행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경기규칙을 정확히 알 수 있고, 본인들의 적성과 진로도 탐색할 수 있다. 주심은 아니더라도 보조심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체육회 손 본부장은 "축구, 배구, 농구 등 프로 종목의 경우 우리 심판 강사들을 보내 연수 프로그램 운영을 검토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전남축구협회 김 국장 역시 "대한축구협회 5급 심판 연수의 경우 주말 사흘 교육만 받으면 공식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희망학생들이 모집되면 축구협회에서 강사를 보내 강습회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정식 자격증을 딸 경우, 축구 6심제의 보조심판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며 찬성의 뜻을 표했다.

'대한민국 엄마'의 마음을 대변한 이승혜 전남체육회 대리의 마지막 한마디에는 울림이 있었다. "고1 아이가 배드민턴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유일하게 숨쉴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이라고 하더라." 학교와 학원을 쉴새없이 오가며 학업과 시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 아이들에게 체육활동은 '숨통'이다. 전국스포츠클럽대회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보석처럼 빛났다. "부모 입장에서 그런 행복한 시간, 건강하고 유익한 시간을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선물해 주고 싶다"고 했다. 목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