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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질주' 대한항공, '위기'를 언급한 이유는?

"조금은 위험한 상황이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의외의 이야기를 꺼냈다.

대한항공은 19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이겼다. 4연승에 성공한 대한항공은 승점 24로 2위 그룹과의 승점차를 7로 벌렸다. 예년과는 다른 행보다. 대한항공은 전통적으로 슬로스타터였다. 1, 2라운드에서 항상 고전했다. 지난 시즌에도 4라운드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5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트라이아웃에서 다시 재회한 가스파리니를 비롯해 한선수 정지석 곽승석 등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들이 건재한 대한항공은 초반부터 치고 나가며 독주 채비를 갖췄다. 우승 경쟁의 라이벌로 평가받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크고 작은 문제로 주춤하고 있어, 대한항공의 안정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시즌까지는 초반에 체력을 비축해서 중반, 종반에 치고 나갔다. 올해는 대표팀에 차출됐던 선수들이 일정문제로 엇박자가 나서 체력을 비축할 수 없다. 그날 그날 컨디션에 맞춰서 하고 있다. 시즌 전체로 보면 그렇게 좋은 시나리오는 아니다.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면 감당하기 어렵다. 조금은 위험한 상황이다. 솔직한 이야기다. 승수 쌓아놓을때까지 최고 많이 쌓아야 한다."

실제로 성적에 비해 대한항공의 경기력은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박 감독은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한다.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다"고 냉정히 평가했다. '주포' 가스파리니는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며 뒤늦게 팀에 합류했다. 아직 체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며, 지난 시즌만큼의 공격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전세터 한선수 역시 함께 짐을 나눌 '백업' 황승빈의 부상으로 쉬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체력부담을 호소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신인 세터들을 쓸수도 없는 노릇. 박 감독은 "시합하고 회복 기간도 가져야 하고, 체력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번 경기를 하는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겠나"고 안타까워 했다.

그나마 정지석 곽승석 레프트라인이 맹활약을 펼치며 대한항공을 이끌고 있다. 특히 정지석은 외국인급 공격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레프트는 공수 모두를 커버해야하는만큼 체력적으로 갈수록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선수는 "지석이나 승석이가 떨어질까 걱정이 되긴한다. 상대 서브가 강하니까 리시브만으로도 힘든데 공격도 해야하니까. 둘의 체력을 잘 신경써야 할 것 같다. 방법은 선수들이 버티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2연패를 위해서는 결국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나머지 선수들이 팀의 약점을 잘 나눠가지며 초반 승수를 더해가고 있다. 박 감독은 "정지석 곽승석 센터진들이 이들의 부담을 커버해주고 있다. 그렇게 시즌을 끌고가고 있다. 그게 바로 팀"이라며 "다행히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꾸역꾸역 승점을 더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지난 시즌 우승 후 쌓은 자신감도 큰 힘이다. 한선수는 "확실히 팀이 더 단단해진 느낌이다. 이제 쉽게 지지 않을 것 같다. 팀이 안정적으로 가고 있는만큼 더 잘버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