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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왜 소녀들은 황의조에게 열광하는가

지난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 여객터미널.

'벤투호의 킬러' 황의조(26)가 모습을 드러내자 잠잠하던 공항이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휩싸였다. 수십 명의 여성 팬들이 순식간에 황의조 근처로 몰려들었다. 황의조가 국가대표팀 단체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갈 때까지 따라붙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출국 수속을 받아야 한다"며 황의조를 힘겹게 팬들 사이에서 빼냈다.

▶기본은 '단연' 물오른 실력

2013년 성남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황의조는 팀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주목 받았다. 2017년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J리그 감바 오사카로 이적하기 전까지 140경기를 소화했다. 2015년에는 15골을 넣으며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황의조는 '성남의 아들'로 불리는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선수일 뿐이었다.

황의조가 이른바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것은 불과 3개월 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와일드 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아시안게임에 나선 황의조는 매서운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9골을 넣은 황의조의 활약을 앞세워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득점왕 역시 그의 몫이었다.

A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이어졌다. 그는 3연속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달 열린 '강호'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는 득점포를 가동하며 팀의 2대1 승리에 앞장서기도 했다.

'물' 오른 골 감각은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식지 않고 있다. 감바 오사카에서도 매 경기 골 맛을 보고 있다. 그는 6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감바 오사카의 잔류를 이끌었다. 번득이는 '킬러본능', 팬들을 사로잡는 으뜸 요소다.

▶여성 팬 끌어 모으는 '설렘 포인트'

실력으로 인정 받은 황의조. 자연스레 인지도와 인기도 상승했다. 오픈 트레이닝데이와 인천국제공항에서 확인된 구름떼 여성팬 열풍이 그 증거다. 축구 실력이 전부일까. 소녀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플러스 알파는 없을까.

홍보전문가 이지은 AE는 "최근 10~20대 여성 팬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축구 선수에 관심을 쏟는다. 트렌드다. 하지만 단순히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선수를 따라다니지는 않는다. 이른바 '설렘 포인트'를 느낀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황의조는 팬층과 나이 차가 크지 않다. 비율도 좋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사인회에서 보여주는 친근함 등도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항에서 만난 10대 여학생은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오빠라서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9월 오픈 트레이닝데이에서 만난 10대 여학생은 이러한 느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이 멋지다. 훈훈한 오빠"라고 답했다. 또 다른 여성팬은 "SNS를 통해 관련 내용을 찾아본다. 선수들의 모습을 보거나 그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흐뭇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의조가 개인 SNS에 올린 대표팀 선수들과의 사진이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댓글만 1000개가 넘는다. 그가 올린 일상 사진은 '남친짤'로 공유되고 있다.

실력 뿐 아니라 설렘포인트로 여성 팬심을 공략하고 있는 황의조. 그는 벤투호에 합류 11월 호주 원정에 나섰다. 도움을 줄 선수 얼굴이 대거 바뀐 상황. 경우에 따라 독보적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기회다. 과연 황의조가 또 한 번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절정의 인기몰이를 가속화할지 그의 발끝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