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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발전포럼]'남북 화합의 길, 여자 농구 생명의 길이다'

통일 농구와 단일팀, 여자 농구는 그 안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최근 수 년간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여자 농구는 일대 전환기에 서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체육 교류의 선봉에 선 여자 농구는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통일 농구 대회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단일팀을 구성해 은메달의 성과까지 냈다. 기대 이상의 힘을 보여준 북한 선수들의 기량, 이들과 화합하며 노력한 국내 선수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다.

두 차례 교류를 통해 남북 여자 농구의 시너지는 충분히 증명됐다. 이제 이 힘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숙제로 남았다.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스포츠조선 한국농구발전포럼에서 이를 다각도로 짚었다.

▶15년 만의 女농구 남북 교류, 다시 없을 기회다

여자 프로농구는 위기의 연속이다. 6개 팀으로 리그를 꾸려나가는 것 조차 어려워 보인다. 여자 농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저변 약화, 선수 수급의 어려움, 하향 평준화, 경쟁력 약화가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됐다.

올해 농구포럼의 1부 주제는 '농구, 남북 교류에서 희망을 찾자'였다. 이 주제에 여자 농구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이병완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총재를 비롯해 양원준 사무총장,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 임근배 용인 삼성생명 감독 등 농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토론에 나선 4명의 패널은 납북 농구 교류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김일구 WKBL 마케팅팀장은 "수준 높은 북측의 여자 농구팀이 WKBL 팀들과 겨루는 무대가 마련된다면 '남북전'이라는 흥미로운 컨텐츠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선수, 팀을 통해 북측 농구 문화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이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장훈 아산 우리은행 사무국장 또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로숙영, 장미경 같은 선수들을 보유하게 된다면 각 팀 전력이 향상되고 선수층 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를 통해 여자 농구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원은 "지금처럼 남북 교류가 이질감없이 일상화된 것은 아마 건국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 기회를 잘 이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남북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상당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

북측과의 교류, 쉬워 보이지만 문제가 산적해 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북측 체제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국내법의 잣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국제 사회의 제재를 외면할 수는 없는 처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실무를 맡았던 이해돈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장은 "2000년대 초중반 조선적을 가진 북한 대표선수들의 K리그 참가 사례가 있지만, 북한 국적 선수들이 국내 리그에 참가하는 문제는 남북교류협력법 뿐만 아니라 출입국법, 세법, 신분-통행-통신 보장 등 풀어야 할 문제가 굉장히 많다"며 "관련법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교류에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문정 수석연구원은 "지난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단일팀이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유엔 제재로 인해 북한 선수들에게 용품 지원이 되지 않은 바 있다. 이탈리아 의회에선 자국 (축구)리그 소속팀(AC 페루자)에서 뛰는 한광성의 연봉이 북한 정부 쪽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에 대해 제재 위반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며 "정부 법령을 풀어 교류안을 마련해도 국제 사회에서의 해결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일구 팀장은 "그동안 정부 주도로 교류가 이어져왔는데, 연맹 차원에서 행정적 역할을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지속적인 체계적인 교류와 남북 양 단체간 상시적 교류도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했다. 정장훈 국장은 "선수 수급에 있어 모든 구단이 윈-윈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해돈 과장은 "태권도의 경우, 오래전부터 남북의 양 단체가 굉장히 많은 교류를 하면서 협회 자체적인 소통의 창구가 열렸고, 함께 진행하는 사업도 굉장히 많다. 이런 부분을 참고해 볼 만하다"고 했다.

▶철저한 준비가 교류의 전제조건

여러 과제 속에서도 농구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교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무형적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자 농구 리그 시스템에 활기를 불어 넣어 흥행을 재고하는 단기적 효과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교류를 통해 국제 경쟁력 강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농구인들의 시각이다.

패널들은 어렵게 되살린 남북 교류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돈 과장은 "현 상황에서는 당국자들의 의지와 지원 없이는 남북 교류가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남북 간 접촉 기회, 경험 속에 쌓이는 신뢰가 교류의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성문정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남북 교류는 모두 정부간 이해에 맞춰 이뤄지다보니 대부분 일회성에 그쳤다"며 "FIBA(국제농구연맹) 등 국제 기구를 통한 양 단체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점진적인 교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일구 팀장은 "그동안 농구 교류 속에 과연 농구인들이 능동적인 역할을 했는 지 오늘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며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장훈 국장은 "구단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며 "장기적 비전을 갖고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 도구가 아닌, 스포츠 자체로의 교류를 이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통일 농구, 단일팀이 뿌린 남북 교류의 씨앗이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선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숙제를 풀어가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만들어가야할 길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