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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주는 데미지, 넥센의 실전감각이 사라졌다

쉬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게 현실로 드러났다. 넥센 히어로즈의 충격적인 역전 끝내기 패배 속에 담긴 교훈이다. 코칭스태프가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거나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닌 지 반성해봐야 한다. 패배 속에 남긴 내용이 너무나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센은 지난 6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앞서던 9회말에 나온 마무리 투수 김상수가 모창민에게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는 바람에 5대6으로 졌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마무리 투수 김상수의 난조에 의한 패배처럼 보인다. 김상수는 2점차로 앞선 9회에 나오자마자 2연속 볼넷을 기록하며 제구가 흔들렸다. 결국 1사 1, 2루에서 실투를 하며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이 경기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꼭 김상수 탓만을 할 수는 없다. 이날 넥센은 전반적인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다. 일단 득점타가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무려 12개의 안타를 쳤고, 여기에 볼넷도 5개를 보탰는데도 불구하고 5점 밖에 못 낸 점에서 확인된다. 불과 5안타 4볼넷으로 6점이나 만들어낸 NC와 비교해보면 넥센 타선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경기를 치렀는 지 알 수 있다.

3회초 1사 만루에서 샌즈의 희생플라이로 겨우 1점을 낸 것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1사 만루에서 3~5번 클린업트리오 타순이 나오는 데 1득점이면 공격 실패나 마찬가지다. 이어 4회초에도 1사 만루 찬스. 여기서 이정후의 2타점 적시타 이후 1사 2, 3루에서 송성문의 좌익수 뜬공 때 김재현이 홈에서 태그아웃되면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NC 좌익수 이종욱-유격수 손시헌 베테랑의 중계플레이가 워낙 뛰어났던 장면. 그래도 넥센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후 넥센은 5회와 8회 샌즈와 고종욱의 솔로홈런으로 1점씩 추가했을 뿐이다. 공격의 짜임새가 완전히 사라졌다. 7회에는 1사 만루를 임병욱의 병살타로 무산시켰다. 8회에도 선두타자 김민성의 안타가 나왔지만, 대주자 김규민의 허무한 도루실패로 공격 흐름이 끊겼다. 9회에도 선두타자 송성문이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클린업 타선이 나왔지만, 샌즈-박병호-서건창이 3연속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이날 결국 넥센의 잔루는 총 12개나 됐다.

결과적으로 모든 패배의 비난이 김상수에게 쏠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누적된 공격에서의 부실함이 패배의 진짜 요인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난 9월 30일 시즌 최종전 이후 5일을 쉬고 경기를 하느라 날카로웠던 실전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휴식이 긴 추가경기 일정이 편성됐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바다. 코칭스태프가 자체 연습경기 등으로 상황에 맞는 팀배팅, 득점권 해결 능력 등 실전 영역을 관리했지만 충분치 못했다. 이제 넥센은 또 5일을 쉰다. 이 기간에 해야할 숙제가 분명해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