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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공사금액 '후려치기' 의혹으로 파문…협력사 '갑질 막아달라' 청원

최근 재벌들의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협력사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사에게 줘야 할 공사대금을 일방적으로 깎아서 지급하는 이른바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협력사에 조선업계 지원책인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을 활용, 경영난을 해결하라는 식으로 유도하거나 내부 문책성 인사 등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하청업체들과 경영난 극복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시 협약이 '헛구호'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중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협력사, "현대중 갑질 멈춰달라"고 청와대에 청원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중공업㈜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9일 오후 현재 약 8000명이 청원동의중이다. 청원인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A기업 대표 김모씨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을 후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성은 원청이 하청에 일정 물량을 소화하면 지급하는 계약금액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의 물량계약은 '선공정 후계약'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기성이 얼마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한 뒤, 추후 원청에서 지급하는 기성을 받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 담당자는 공정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구두상으로 인원 충원을 하라는 식으로 요구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인원 충원 이후 현대중공업은 기존에 주던 기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지급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

결국 설립된 지 3년밖에 안된 A기업은 현재 4대보험 연체금이 12억원에 달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재단, 신용기금, 은행권 등에 4억원 등 총 16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게 됐다.

김 대표는 "이에대해 현대중공업측에 항의하자 내부 문책성 인사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매달 말 기성 시점이 되면 현대중공업측은 품의서 결재가 안 났다는 핑계를 대며 다음달에 해준다는 말을 해왔으며, 문제가 발생하자 담당 상무 및 담당 부서장 그리고 담당 과장들을 직위해제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대표는 "6월 발생 임금이 6억원 가량인데 현대중공업이 지불한 공사금액은 3억원에 불과했다"며 "공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공사 인원 40명을 현대중공업측 부서장의 지시로 충원했고, 인원충원에 대한 공사대금은 부서장이 '품의서를 받아 책임을 갖고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부서장은 보직해임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체된 담당자는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의 몫이 되어 버렸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이측 정부의 조선업 지원책인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을 활용, 경영난을 해결하라는 식으로 유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경영난에 빠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4대보험 납부를 유예한 것으로, 한 차례 유예를 거쳐 지난 6월말 만료됐다. 이는 말 그대로 납부 유예이기 때문에 만료 시점때 한꺼번에 납부해야할 협력사로서는 '폭탄'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 시행 후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을 대폭 삭감했다"며 "실무자와 부서장에게 '줄어든 기성금으로는 근로자 임금을 충당할 수 없다'고 말하자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이 있으니, 그 방법을 활용해 해결하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결국 현대중공업이 특별고용 지원업종에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을 악용해 4대보험금 수준의 기성금을 삭감했으며, 그 피해를 고스란히 협력사에 전가시킨 셈이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불공정 행위로 협력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달 업체평가를 시행, 공지하고 하위권 업체들에게는 도급해지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은 조금이라도 배를 빨리 진수할 목적으로 공정을 8주에서 6주로 2주나 앞당겼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결국 업체마다 공정을 맞추기 위해 인원을 늘려야 하고 연장근무 또한 밥먹듯이 하는 상황"이라며 안전작업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가 공정날짜를 준수 못하면 기성금을 줄이고 평가 점수에 반영해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6년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원·하청 회사들과 '하도급계약을 준수하고 작업비용 절감, 체불임금 예방 등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내용'의 상생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시 협약이 '공염불'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 "사실 관계 파악중…이해할 수 없는 주장"

이에대해 현대중공업측은 "파악중"이라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는 반응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성금은 계약에 따라 지급되는 것으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삭감할 수 없다. 일반적인 도급계약처럼 공정 이행률에 맞춰 지급되며 공사 완료시 총 공사비를 받게 되는 시스템"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좀 더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