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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이닝 1실점 베렛, 5이닝 무실점 해커에 판정승

NC 다이노스의 현(現) 에이스가 전(前) 에이스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엄밀히 따지면 비긴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어쨌든 승리는 NC의 몫이었고, 박수는 팀의 현 에이스 로건 베렛에게 쏟아졌다.

베렛은 8일 고척 넥센전에 선발로 나와 넥센 선발 에릭 해커와 붙었다. 해커는 지난해까지 5년간 NC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투수.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팀으로부터 재계약 불가 의사를 통보받았다. 실망한 해커는 이후 꾸준히 자신의 근황을 SNS에 올리는 한편, KBO리그 재취업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그러다 에스밀 로저스가 손가락 골절상을 입어 시즌 아웃된 넥센의 오퍼를 받고 마침내 KBO무대에 복귀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해커는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만났다. 특히나 이날 선발 베렛은 NC가 해커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데려온 투수다. 경기 전부터 비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경기 내용면에서도 비교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사실 경력으로는 KBO리그 통산 56승을 거둔 해커가 월등히 앞선다. 또 베렛은 올해 처음 KBO리그 무대를 밟아 이 경기 전까지 3승5패, 평균자책점 5.55로 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해커는 재계약 불발 이후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첫 등판이던 지난 3일 고척 SK전때도 초반에 안정감을 보이다 투구수가 50여개를 넘어간 5회에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날 경기 내내 두 투수가 비교됐다. 하지만 베렛과 해커 모두 뛰어난 집중력과 위기 관리 능력을 보이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첫 실점은 베렛이 했다. 3회말 1사 2루에서 김규민에게 적시타를 맞아 1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계속된 1사 1, 2루 위기에서 넥센 3, 4번 김하성과 박병호를 연거푸 삼진처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커도 4회와 5회 연속으로 2사 1, 2루 실점 위기를 맞이했으나 그때마다 위기관리 능력과 내야진의 도움을 받아 실점하지 않았다. 결국 해커는 5이닝 4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채 1-0으로 앞선 6회초 김동준으로 교체됐다. 여기까지는 해커의 판정승처럼 보였다.

그러나 베렛은 더 길게 버텼다. 3회 실점 이후 집중력을 유지한 끝에 6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막아냈다. 결국 베렛은 해커보다 1회 많은 6이닝 6안타 1볼넷 1실점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내 올 시즌 개인 최다 기록도 추가했다.

최종 판정은 1이닝을 더 버틴 베렛의 우세승이라고 볼 수 있다. 해커가 내려간 이후 일찍 가동된 넥센 불펜을 상대로 NC 타선이 7회와 8회에 각 1점씩 뽑아내 2대1로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비롯 베렛의 승리는 아니었지만, 선발의 내구성 측면에서 좀 더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하다. 이날 개인 최다 탈삼진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베렛은 "해커가 좋은 투수인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특별히 개의치 않고 평소처럼 준비했다. 비록 승을 챙기지는 못했지만 모든 선수들의 도움으로 팀이 승리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고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