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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건강 척도, 생리…월경량 급격히 늘었다면 자궁근종 우려

"출산한지 얼마 안 되셨나 봐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배모 씨(35). 그는 최근 마트에 들렀다 캐셔로부터 친절하지만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기용 기저귀를 몇 개 산 게 화근이었다.

그는 1년 전부터 갑자기 생리량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나 고생하고 있다. 가장 크다는 오버나이트 생리대나, 속옷처럼 입는 타입의 생리대조차 1~2시간이면 흠뻑 젖어 곤란하다. 생리 기간에는 외출은 생각지도 않는다. 조금만 움직여도 새어나오는 생리 때문에 스트레스도 부쩍 늘었다. 이런 증상이 1년 정도 지속되자 결국 인근의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자궁근종' 이었다.

배 씨는 "생리통은 전혀 없어 문제가 크다고 생각지도 못했다"며 "매달 생리 후에는 빈혈도 심각해 최대한 빠르게 치료받을 생각"이라고 했다.

자궁내 형성되는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의 주증상은 생리량이 부쩍 늘어나는 월경과다다. 이밖에 생리통, 골반통증, 골반 압박감, 빈뇨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흔하지는 않다. 또 자궁근종을 갖고 있더라도 무증상인 경우도 적잖아 정기적인 부인과 검진이 중요하다.

김하정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원장은 "자궁근종은 환자 생명을 앗아가거나, 출산에 치명타를 입히는 것은 아니다"며 "미혼 여성에게 자궁근종 진단을 내리면 간혹 '임신이 어려운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근종 크기가 8~10cm 이상이거나, 자궁경부에 형성된 경우 근종으로 산도가 좁아져 난산 위험은 증가할 수 있어 상황에 맞게 치료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매달 과도한 출혈이 발생해 비롯될 수 있는 빈혈이다. 오랫동안 과다월경, 빈혈증상을 방치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김 원장은 "최근 건강검진 후 여성에서 빈혈수치가 높게 나오면 환자에게 '부인과 질환이 의심된다'며 정밀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으로 확진받은 경우 상황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김하정 원장은 "크기가 아주 작거나, 생리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위치가 나쁘지 않으면 정기관찰 정도로 충분하다"며 "하지만 생리기간 등 일상에서 이미 고통받고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과거엔 외과수술로 문제를 많이 해결했지만 요즘엔 수술부담을 지운 비수술적 자궁근종 치료법이 대세다. 대표적으로 MR하이푸, 자궁근종 색전술 등을 꼽을 수 있다. 두 치료법 모두 정상 자궁에는 거의 손상을 주지 않아 가임력까지 보존할 수 있다.

MR하이푸는 MRI(자기공명영상)를 보며 자궁근종의 위치를 파악하고 고강도 직접 초음파를 조사해 근종을 괴사시키는 치료다. 절개과정 없이 말 그대로 맨정신에 '엎드려서' 치료받는다. 통증 부담이 적고 회복시간이 짧아 워킹맘, 직장인 등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자궁근종 하이푸는 침습과정이 없어 의사의 눈을 대신할 영상장비가 중요하다. MR하이푸의 경우 고화질 MRI영상을 통해 보다 면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장기온도 실시간 모니터링, 치료시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자동 쿨링에 나서는 등 안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이런 덕분에 근종 이외의 다른 조직손상 등 부작용 위험을 크게 낮췄다.

단, 이는 모든 근종에 100% 적용할 수 있는 '만능템'은 아니다. 자궁근종 크기가 매우 크거나, 하이푸를 적용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거나, 여러 개가 혼재한 다발성 근종인 경우에는 자궁근종 색전술이 유리하다.

자궁근종 색전술은 근종으로 가는 자궁동맥을 막아 근종조직에 산소 및 영양분을 차단함으로써 괴사하게 만드는 치료법이다. 2mm 최소침습으로 다발성 근종을 한 번에 치료할 수 있고, 다른 시술에 비해 크기와 위치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게 장점이다.

김하정 원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 자궁근종 MR하이푸·자궁근종 색전술에 특화된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최선이 될 수 있는 치료법을 모색해 만족스러운 치료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