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캡틴'으로 버틴 우여곡절 4년, 기성용 '마지막이라…' 더 간절했다

'캡틴' 기성용(29·뉴캐슬)이 10년간 가슴에 달고 뛴 태극마크를 내려놓는다. A대표팀 은퇴 시점은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의 결정은 마쳤다.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에 새 둥지를 튼 기성용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기성용은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뒤 지난 29일 신태용호와 입국하지 않고 홀로 영국으로 날아가 뉴캐슬과 2년 계약서에 사인한 뒤 돌아왔다.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기성용의 A대표팀 은퇴 여부였다. 기성용은 마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이 차분하게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 "많은 생각을 했다. 아직 결정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의 정리는 했다. 주장으로서 그 동안 팀을 잘 이끌지 못한 책임감도 있었다. 또 대표팀이 많은 비난을 받을 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가 은퇴를 고민하게 된 이유였다. 이어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다. 주변인과도 상의를 해야 한다. 은퇴 시기가 되면 내 입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 축구는 4년, 더 길게는 8년간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가야 한다. '과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도 했다. 고민이 컸다"며 "지난 8년간 잦은 감독 교체로 대표팀이 어수선했던 건 사실이다. 주장으로서 짊어진 책임감이 무거웠다.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과거 박지성(은퇴)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성용도 무릎에 크고 작게 칼을 댔다. 네 차례나 수술을 했다. 특히 A대표팀 소집을 위해 편도로 15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무릎 상태가 더 나빠졌다. 그래도 기성용은 국가의 부름을 단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기성용의 A대표팀에 대한 헌신은 이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4년 10월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부터 주장 완장을 찬 그는 많은 출전 기회 속에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적을 거절하기도 했다. 특히 2년 전에는 중국 상하이 상강으로부터 220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연봉을 제시받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적어도 A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동안에 (중국 이적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는 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기성용은 "그 동안 유럽에 진출해서 팀을 결정할 때 대표팀 신경을 많이 썼다. 경기에 많이 뛰기 위해 그런 팀들을 찾았었다. 그러나 이젠 월드컵이 끝났기 때문에 자유로운 마음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기성용은 월드컵 기간 수많은 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기성용을 탐내던 이탈리아 AC밀란과 잉글랜드 웨스트햄이 여전히 구애를 펼치고 있었다. 게다가 에버턴까지 영입전에 가세했다. 구단 이름 값으로만 보면 AC밀란이 가장 앞선다. 무엇보다 기성용은 런던 연고 팀을 원하던 상태였다. 웨스트햄도 유력해보였다. 그러나 기성용의 선택은 뉴캐슬이었다. 그는 "뉴캐슬이 영국에서 역사가 깊은 팀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팀들 중에 팬층이나 야망이 가장 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내 축구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 유럽 도전이 될 선택이다. (뉴캐슬은) 지금까지 뛴 팀들 중 가장 빅 클럽이다. 감독님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분이다. 배울 점이 많은 클럽이어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구단 전용기를 타고 뉴캐슬로 넘어온 기성용은 워크 퍼밋(취업비자)이 발급되는 대로 영국으로 건너가 훈련에 합류한다. 험난한 주전경쟁이 예상된다. 모하메드 디아메를 비롯해 스완지시티 옛 동료 존조 셀비, 이삭 하이든, 미켈 메리노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만 메리노는 주전경쟁 실패와 향수병으로 뉴캐슬을 떠날 전망이다. 하이든은 아직 기량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성용은 "EPL에서 경쟁은 항상 해야 한다. 지금까진 대표팀을 위해 많이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졌다. 주전경쟁은 어느 팀을 가든 해야 한다. 이전 팀보다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것보다는 내가 더 배울 수 있고 내 커리어에서 뉴캐슬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인천공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