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들이 월드컵 상대국 취재 중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미디어담당관은 주로 자국 취재진에게 질문 기회를 부여한다. 스웨덴 베이스캠프부터 멕시코, 독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도 수십차례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었지만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그러다 지난 25일(한국시각) 드디어 기회를 얻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바투틴키에 위치한 독일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디어담당관이 질문 기회를 부여했다.
해프닝도 있었다. 기자가 "로이스?"라고 부르자 자국 취재진의 마지막 질문을 받고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마르코 로이스가 당황하며 "예스(yes)"라고 대답하며 다시 착석했다. 그런데 영어 동시통역사는 기자가 부른 선수의 이름을 "하우 아 유(how are you)?"로 의역하면서 딱딱했던 기자회견장에 한바탕 웃음이 번졌다.
각 출전국마다 특색 있는 미디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은 역시 '축구 선진국'다웠다. 기자회견장에 번역기가 구비돼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하고 워낙 스타 플레이어가 많다 보니 자국 취재진들 뿐만 아니라 타국 취재진도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동시통역사도 준비된다. 멕시코는 독일보다 더 화려하게 미디어센터를 설치해 놓았지만 통역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았다. 자국 취재진 중심이었다.
그런 가운데 독일은 이미 5성급 호텔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나올지 파악하고 있었다. 로이스는 "한국은 카운터 어택(역습)에 도전할 것이다. 그리고 수비적으로 견고하게 경기를 운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신들이 덜미를 잡혔던 멕시코가 에누리 없이 이행했던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경계대상 1호 티모 베르너는 "한국 경기를 몇 차례나 봤나"라는 질문에 "한국이 치른 평가전은 보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치른 두 경기를 봤다. 특히 스웨덴전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파워와 좋은 선수들을 갖춘 스웨덴에 비해 피지컬적으로 작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펴면서 손흥민에게 한 방을 원했다. 그러나 손흥민마저 수비에 깊숙이 가담하면서 역습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멕시코전에선 이 문제가 다소 개선된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전술적으로 의문을 남긴 장면들이 많았다.
완벽한 팀은 없다.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독일은 '경우의 수'까지 따져야 하는 압박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스웨덴전처럼만~"를 외치고 있다. 로이스는 "우리가 창조적이고 자유롭게 공격하고 스웨덴전처럼 자질과 열정을 보여준다면 한국은 독일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투틴키(러시아)=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