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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꼬였던 넥센, 장맛비가 구세주?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에게는 26일부터 시작된 장마가 마치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에 내리는 단비처럼 느껴질 법 하다. 비로 인한 휴식이 반갑지 않을 감독이나 팀이 없겠지만, 특히나 넥센과 장 감독에게는 장맛비로 인한 휴식이 더 반가울 이유가 있다. 현재 투수진에 이상신호가 들어와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장마가 이를 만들어줄 수 있을 듯 하다.

올 시즌 초반 넥센은 팀 성적을 떠나 KBO리그에서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5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 팀으로 평가받았다. 실제로 에스밀 로저스-제이크 브리검-최원태-한현희-신재영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줬다. 4월15일부터 25일까지는 선발진이 무려 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달성이라는 놀라운 기록까지 세우기도 했다. 비록 투타 밸런스가 이 시기에 맞지 않는 바람에 9번의 QS 기간에 겨우 4승을 따내는 데 그쳤지만, 적어도 선발 투수에 관해서는 걱정이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후 두 달, 현재의 넥센 선발진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바뀌고 말았다. 9연속 QS를 세웠던 탄탄한 선발진 중에서 일찌감치 신재영이 제구력 난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로테이션에서 먼저 탈락했다. 잠시 신인 안우진이 이 자리를 맡았는데, 역시 실패했다. 그러는 와중에 로저스마저 경기 중 타구에 맞아 손가락 골절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선발 5인방 중에서 두 자리가 비어버린 셈이다. 장정석 감독은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김동준과 김정인을 발탁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정인은 2군으로 다시 내려갔고, 그나마 김동준이 남아있다. 어쩔 수 없이 장 감독은 2군에서 구위와 제구력을 재정비한 신재영을 다시 선발로 소환해 26일 부산 롯데전 선발로 예고했다. 궁여지책처럼 보이지만, 그나마 이 카드가 지금 팀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이다.

이런 와중에 만나게 된 장마가 반갑지 않을 리 없다. 장 감독은 "만약에 비가 좀 와서 휴식이 발생한다면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 같다. 특히 선발진도 등판 간격이 조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기준으로 넥센은 KBO리그 10개 구단 중 LG와 공동으로 최다 경기(78경기)를 소화했다. 선수들이 휴식을 간절하게 원하는 이유다.

게다가 장 감독이 가급적 쉬어가길 원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대체 외국인 선수 에릭 해커가 로테이션에 합류하기 전까지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입국한 해커는 빠르면 7월초 쯤 1군 복귀전을 치를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