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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눈] 자카 VS 마티치, 팀 전술에 갈라진 운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대표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월드컵에서 격돌했다. 운명이 갈렸다.

스위스가 23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E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세르비아에 2대1 승리를 거뒀다. 박경훈 교수와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은 두 팀의 중원 대결에 주목했다. 스위스의 그라니트 자카(아스널)와 세르비아의 네마냐 마티치(맨유)는 EPL을 대표하는 수비형 미드필더(3선 빌드업 시작점)들이다. 조국의 공격 시작점 역할을 맡고 있다.

두 수비형 미드필더는 미들서드(그라운드 1/3 중앙지역)에서 활동했다. 양 팀 모두 4-2-3-1 포메이션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다. 세르비아는 빌드업 시 수비형 미드필더 루카 밀리보예비치가, 스위스는 발론 베라미가 두 센터백 사이에 들어가며 변형 스리백을 형성했다. 둘은 소속팀이나 지난 평가전과 달리 모두 3선에서 공격지역 혹은 측면으로 볼을 투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현대축구가 센터백과 골키퍼까지 빌드업 시작점이 내려선 시대지만, 세계적인 몇 팀을 제외하면 패스 정확도가 90%를 넘나드는 선수는 한 팀에 그리 많지 않다. 월드컵 출정식이었던 대한민국과 보스니아의 평가전에서 기성용이 쓰리백의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을 당시, 전방에서 키패스를 투입할 선수가 없다는 평가가 내려지기도 했다. 자카와 마티치도 같은 측면에서 바라보면 변형 '백3'의 일원이 아닌, 보다 높은 위치에서 공격의 열쇠 역할을 했다.

분석팀의 데이터에 따르면, 둘의 역할은 조금은 달랐다. 자카는 측면으로 28개 중 24개를 성공했다. 중앙 전진패스도 18개 중 17개를 성공했다. 총 46개 중 41개 성공이란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도 공격의 중심이었다. 반대로 마티치는 측면으로 10개 중 8개 성공, 중앙으로 11개 중 8개를 성공했다. 총 21회 시도로 자카의 절반도 미치지 못 했다. 대신 가로채기 5회, 클리어링 1개 등 수비에 더욱 많은 기여를 한 점을 알 수 있었다.

팀의 전술과 연관성이 높았다. 마티치의 세르비아는 4-4-2로 수비조직을 구성했다. 전방 압박을 시도하면서, 상대의 지공 시엔 하프라인 밑까지 투톱이 모두 내려섰다. 라인 간격을 중앙으로 좁혔다. 또한 최대한 간결하게 측면으로 이동하거나, 한 번에 전방의 미트로비치를 향한 롱 킥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당연히 마티치의 전방을 향한 패스 횟수가 자카에 비하면 적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자카의 스위스는 중원에서 빠른 속도로 많이 뛰며 공격을 전개한다. 자카의 공격적인 지원과 기여도가 높아지는 환경이었다.

한편 자카는 후반 7분에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 세르비아는 급격한 체력 저하가 드러났다. 잘 유지되던 세르비아의 수비라인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다. 후반 종반으로 갈수록 양팀은 체력이 떨어졌고, 승부를 반드시 내려던 두 팀은 점점 자신들의 색깔을 두드러졌다. 결승골 때도 샤키리의 공간 침투를 향해서 스위스는 후방에서 한 번에 침투 패스를 시도했다. 반면 기동력이 떨어진 세르비아는 수비라인부터 롱 킥이 늘어났다.

결국 전술 위에서 혼자 빛날 순 없었다. 자카는 샤키리의 침투 속도, 공격 상황에서 적극성 등으로 여러 번 공간을 향한 롱패스를 시도했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주는 동료이자 에이스가 있기에 가능했다. 반면 마티치는 팀 밸런스가 무너지자, 자신의 장점인 좌우 측면을 향한 패스 전개 시도의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간격이 멀어서 패스를 줄 수 없거나, 받기 좋은 공간에 위치하는 선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결과도 스위스의 승리였다. EPL을 대표하는 양 팀의 핵심 미드필더들 간의 전술 속 대결이었다.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