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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번역기보다 못한 한글화'로 유저 신뢰 박살 낸 다키스트 던전

레드 훅 스튜디오(Red Hook Studios) 횡스크롤 전략 RPG '다키스트 던전(Darkest Dungeon)'이 부실한 한국어 번역으로 논란이 됐다. 개발사가 새로운 '내려받기 콘텐츠(DownLoadable Contents, 이하 DLC)'를 출시하면서 한국어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번역기를 사용한 번역보다 못한 수준이라 유저들을 실망케 했다.

2016년 1월 19일 정식 출시된 '다키스트 던전'은 2014년 7만5천 달러(약 8천4백만 원)를 목표로 킥스타터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목표액을 뛰어넘고, 최종 모금액 31만 달러(3억5천만 원)를 모아 개발이 시작된 게임이다.

한 영지를 다스리던 영주가 자신이 살던 집에서 악마가 드나드는 관문을 발견하고, 가까스로 탈출한 후 후계자(유저)에게 '우리 가문에 파멸이 도래했다(Ruin has come to our family)'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편지를 보내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이후 유저는 가문을 몰락 위기로 몰아넣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던전을 탐험하고, 가문을 구원하기 위해 위해 다양한 특징을 지닌 모험가를 고용해 던전에 보낸다. '가장 어두운 던전(Darkest Dungeon)'이라는 이름처럼 던전에는 각종 악마가 존재하고 있으며, 던전을 탐험하면서 모험가들은 서서히 어둠에 빠져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모험가들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면서 서서히 몰락해가는 과정이 '다키스트 던전'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어두운 곳을 지나거나 적에게 공격을 받거나 하는 여러 행동마다 모험가가 가진 스트레스 수치가 증가하는데,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이상한 말을 되뇌거나 아군과 상호작용을 거부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 덕분에 '다키스트 던전'은 게임 시스템 자체는 던전을 탐험하고 괴물들과 맞서 싸운 후 아이템과 보상을 습득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돼 있지만, 모험가가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려낼 수 없는 현실적인 모습과 계속해서 게임이 자동 저장되는 방식을 채택해 상당히 높은 난도를 자랑한다.

'다키스트 던전'은 섬뜩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2D 그래픽,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흘러나오는 음악과 효과음 등으로 게임에 몰입감을 더했고, 간단한 조작과 높은 난도, 어두운 분위기 등으로 다른 게임과 차별화를 두면서 PC,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게임이 출시되기 전인 2015년 12월 15일, 레드 훅 스튜디오(이하 레드 훅)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어 지원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게임이 성공한 이후인 2017년 7월 3일에도 레드 훅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번역이 완료된 중국어와 다르게 한국어에 대한 소식은 발표되지 않았고, 레드 훅이 유저 번역을 공식 한국어 번역으로 채택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내 유저들은 처음으로 개발사에 실망하게 된다.

이러구러 한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던 '다키스트 던전'이지만, 레드 훅은 2018년 4월 정식으로 번역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어 번역을 진행한다. 이후 두 달 만인 6월 20일 DLC '광기의 색(Color of Madness)'과 함께 공식 한국어 버전이 공개됐는데, 게임 도입부인 '우리 가문에 파멸이 도래했다(Ruin has come to our family)'가 '유적이 우리 가족이 되었다'로 번역돼 있어 시작부터 유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폐허(ruins)'는 '유적'으로, '안뜰(courtyard)'은 '코트야드'로, '인장(crest)'은 '크레스트'로, '초상화(portrait)'는 '포트레이트'로, '활력(vigor)'은 '성욕'으로, '복잡한 굴(warren)'은 '토끼 사육장'으로, '기습(Surprise!)'은 '놀랐습니다!'로 번역하는 등 게임 내용과 맞지 않거나 영어를 그대로 음역한 부분이 많아 또다시 유저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악한 번역에 실망한 국내 유저들은 항의 메일을 보냈는데, 레드 훅은 번역 문제를 사과하면서 개발사 내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번역 수준을 높이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해결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고 2년이 넘게 기다려 온 유저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린 만큼, 한 번 떨어진 믿음이 복구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