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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감독은 위기 때마다 더 강했다

분명 위기다.

지난 시즌 리그 2위, K리그 유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팀이었던 제주 이야기다. 제주의 올 시즌 초반은 혹독하기만 하다. 4경기를 치른 4일 현재, 8위에 머물러있다. 1승1무2패에 득점은 단 1골 뿐이다. ACL에서도 일찌감치 짐을 쌌다. 3일 세레소 오사카(일본)와의 원정경기에서 1대2로 패하며 남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전에 상관없이 16강행에 실패했다. 리그 선두권을 유지하던, ACL에서 강팀들을 차례로 제압하던 지난 시즌과는 180도 다른 그림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좋지 못하다. 제주 특유의 공격적인 축구가 사라졌다. 보는 입장에서 답답한 축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할 선수 영입이 되지 않으며 새판짜기에 실패했다. 그나마 야심차게 영입한 찌아구, 호벨손 등 외인들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제몫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술적으로도 지난 시즌부터 재미를 본 3-4-1-2가 상대에 읽히는 모습이다. 믿었던 스리백 수비 역시 순간적으로 흔들릴때가 많다.

반전이 절실하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선수 영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에 따른 역효과도 걱정된다. 결국 기댈 것은 조성환 감독의 리더십이다.

2016년 12월 부임한 조 감독은 제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부임 첫해 상위 스플릿에 올랐고, 두번째해에는 3위로 6년만에 ACL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은 앞서 설명한대로다. 2010년 이후 7년만에 준우승을 차지했고, 구단 최초로 ACL 16강에 올랐다. 매 시즌 한단계씩 도약에 성공했다.

거저 얻어진 성과가 아니다. 숱한 위기가 있었다. 지난 시즌이 대표적이었다. 제주는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CL 16강 2차전 충격패에 이은 난투극 중징계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분위기는 다운되고, 선수들은 뛸 수 없었다. 조 감독은 믿음의 리더십으로 팀을 다시 한번 일으켰고, 조 감독의 현역시절처럼 독하게 뛰었던 제주는 결국 마지막에 미소를 지었다. 원정 징크스에 울었을때도, 여름 징크스에 흔들렸을때도, 선수단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겼을때도, 조 감독은 더 독해졌다. 제주가 명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은 이처럼 위기때마다 더 강했던 조 감독의 힘이 컸다.

조 감독은 세레소전이 끝난 후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조 감독은 좀처럼 선수 탓을 하는 법이 없다. 올 겨울 부실한 영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취재진에게 "선수가 없다는 소리를 하지 말아달라. 지금 선수들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고 할 정도다. 조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을 믿고 있다. 그 믿음은 지금까지 조 감독이 제주를 이끌어온 가장 큰 원동력이다.

조 감독은 "리그에서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한 조 감독이 팀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카드를 고심 중이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조 감독 체제 하에서 제주가 가장 달라진 점은 투지다. 지금 바로 제주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위기 때마다 더 강했던 조 감독은 이번에도 반등할 수 있을까. 시작은 8일 상주와의 홈경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