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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다'는 정부-'충격적'이라는 머리 감독, 단일팀을 둔 엇박자

'남북 단일팀'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현장 목소리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부정적인 여론과 반대 청원에도 흔들림이 없다. 16일 다시 한번 남북 단일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아이스하키는 선수들이 경기 시간 전체를 계속 뛰는 게 아니라 1∼2분씩 계속 교대를 한다. 북한 선수가 우리 선수의 쿼터를 뺏는 게 아니라 선수단 규모가 커지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어 "여자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은 세계랭킹 22위, 북한은 25위이다. 우리 팀은 올림픽에서 한두 번이라도 이기는 것을 당면 목표로 하고 있다"며 "북한 선수 가운데 기량이 뛰어난 선수 몇 명을 추가해 1∼2분씩 함께 뜀으로써 전력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새러 머리(30·캐나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가 정부의 추진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머리 감독의 반응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 미네소타 전지훈련 후 가족들과 짧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머리 감독은 단일팀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는 "6월에 단일팀 얘기가 나왔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어서 이틀 전에 우리 스태프로부터 단일팀 얘기를 들었을 때 믿지 않았다"며 "그런데 오늘 이렇게 많은 카메라를 보니 단일팀 논의가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 중인지 알 것 같다.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나로서는 충격적"이라고 했다.

머리 감독은 아이스하키가 조직력,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단체종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의 주장을 반박했다. 머리 감독은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과 사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북한 선수들의 능력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직접 지켜본 결과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만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우리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수준의 선수는 없고, 또 10명까지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단일팀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게 부진한 결과를 내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선수들에게도 단일팀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이니 훈련에만 집중하자고 말할 생각"이라며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경기 엔트리 구성 권한이 있는) 나에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