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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김주찬 협상 비하인드, 치열했지만 앙금은 없었다

"프로들끼리 그런 건 없죠."

프로야구 경기로 치면, 연장 12회까지 걸린 긴 승부였다. KIA 타이거즈와 김주찬의 FA 재계약 협상은 2개월 이상 걸려, 해를 넘기고서야 마무리됐다. KIA는 16일 오전 "FA 김주찬과 2+1년, 총액 27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하며 길었던 재계약 협상의 종료를 알렸다. 이제 KIA는 다시 '완전체 전력'으로 2연속 통합우승을 향해 산뜻한 출발을 하게 됐다.

사실 재협상이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KIA는 지난해 '캡틴'으로서 통합우승에 큰 힘이 됐던 김주찬을 잔류시킨다는 입장이 확고했다. 김주찬 역시 2013년부터 몸담아 온 KIA 구단에 대한 애정이 커서 애초부터 다른 팀 이적은 고려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도 30대 후반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타팀 이적 가능성이 높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때문에 지난해 11월초 FA가 공시되고 김주찬이 시장에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일사천리로 재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타팀 관계자도 '외부 FA 영입대상'에서 김주찬을 사실상 지운 상태였다. 그러나 여러 이유가 겹치며 재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KIA가 내부적으로 허영택 단장의 사장 승진, 조계현 수석코치의 단장 승진 이슈가 먼저 생겼고, 이후 외인선수 3인방과의 재계약, 양현종과의 재계약 등 긴급 현안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김주찬과의 협상을 일부러 뒤로 미뤄 홀대했다는 뜻은 아니다. 동시에 진행하긴 했어도 적극적으로 가속도를 내진 않았을 뿐이다. '재계약 공감대'를 확인하고, 기본적인 양측의 조건을 맞춰보며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계약 기간' 때문에 협상이 팽팽해졌다. 김주찬의 에이전트는 3년을 확정해줄 것을 요청했고, KIA 구단은 현실적인 이유를 감안해 '2+1년' 옵션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단 측도 계약 연장 옵션을 그리 강하게 제시한 건 아니었다. 확실한 기간을 보장받고 싶어하는 김주찬 측의 입장이나 '보호장치'를 두고 싶어하는 구단의 입장이나 모두 객관적으로 볼 때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의 제안에 관해 김주찬 측은 장고를 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자 외부에서는 '혹시 이러다 재계약 협상이 틀어지는 게 아닌가'라거나 '이로 인해 서로 앙금이 남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재계약 협상을 주도했던 KIA 조계현 단장은 이런 우려의 시각에 대해 일언지하로 "프로끼리 그럴 일은 없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어도 기본적으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협상을 진행해왔다. 구단 측에서는 실리를 감안하면서 동시에 선수의 입장을 수용하려고 했고, 상대쪽에서도 비즈니스적으로 신중하게 협상에 임해줬다"고 재계약 협상 뒷이야기를 밝혔다. 서로간에 감정적인 문제가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협상의 달인'들이 보여준 세련된 한판 승부의 미학이었다. 모두가 승자가 됐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적 앙금따윈 없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