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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46세 스키점프 전설 가사이, 평창 하늘을 난다

일본 스키점프의 백전노장 가사이 노리아키(46)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7일 '가사이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월드컵 개인전까지 지난 두 시즌간 월드컵, 그랑프리에서 1차례 이상 8위 이상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전일본스키연맹(SAJ)의 대표 선발 기준을 충족시켰다'며 '평창에 출전하면 일본 선수 중 가장 많은 8번째 동계올림픽 출전을 기록하게 된다'고 전했다.

가사이는 일본 스키점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6세였던 1988년부터 대표 선수 생활을 시작해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7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는 단체전 은메달, 소치 대회에선 개인전 라지힐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의 성과를 냈다. 소치 대회 메달로 스키점프 최고령 메달리스트(41세256일) 기록을 세웠다.

가사이의 활공 자세는 일명 '가미카제 가시이'로 불린다. 점프 후 양 발에 찬 스키 사이로 얼굴을 내밀 정도로 고개를 크게 숙이는 특이한 자세 탓이다. 독특한 자세를 앞세워 올림픽 뿐만 아니라 세계스키선수권,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을 이어왔다. 2006년 토리노 대회 뒤 은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철저한 몸관리와 투혼을 앞세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에서조차 가사이를 두고 '레전드', '에어닛폰', '기적의 독수리' 등으로 부르며 대접하고 있다. 대회 출전 때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언론들이 취재경쟁을 펼칠 만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다.

그가 도전을 멈추지 않은 배경에는 순탄치 않았던 가족사도 자리 잡고 있다. 유년시절 아버지와 이혼을 딛고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가 자신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1997년 화재로 사망하는 비극을 겪었다. 이후 가사이는 명절 뿐만 아니라 월드컵 등 원정 경기 전 반드시 성묘하는 철칙을 고수 중이다. 23년 간 재생 불량성 빈혈로 투병해온 여동생을 향한 애정도 각별했다. 언론 인터뷰 때마다 자신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입버릇 처럼 "여동생을 위해"라고 말해왔다. 지난해 여동생이 긴 투병 끝에 숨을 거두자 가족들은 유럽 원정 중이던 가사이의 귀국 전까지 장례 절차를 미루기도 했다.

프로로 데뷔한 가사이지만 지금은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회사원'이다. 소속팀인 주택-부동산 기업 쓰지야홈이 2014년부터 프로계약이 아닌 정규직으로 전환시킨게 계기가 됐다. 소치 대회 은메달 뒤 주택부장으로 '특진'하는 영예도 누렸다. 비시즌 기간에는 회사가 개발한 주택 모델하우스에서 사인회-악수회 및 판촉 업무를 펼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하는 가사이의 히든카드는 '가족'이다. 2014년 결혼하며 노총각 딱지를 뗀 가사이는 이번 대회에 가족들을 동반해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각시절 해외에 장기 체류할 때마다 후배들에게 손수 밥을 지어주기도 했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가족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금빛날개를 펼치고자 하는 의욕이 엿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