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기자석]'정치에 흔들' 수원FC도 기존 시도민구단과 다를 바가 없다

시도민구단은 K리그의 아픈 손가락이다.

시도민구단의 역사는 10년을 훌쩍 넘었다. K리그는 그간 양적 팽창을 최우선 가치로 걸었다. 시도민구단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야심차게 출발했던 시도민구단은 하나같이 정치인들의 입김에 만신창이가 됐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예산 문제로 삐걱거렸고, 계속된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향을 잃은 시도민구단은 무늬만 프로인 반쪽자리로 전락했다.

그래서 '남 달랐던' 수원FC(구단주 염태영)의 행보는 반가웠다. 2013년 내셔널리그에서 K리그 챌린지로 무대를 옮긴 수원FC는 K리그의 막내 시민구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역 내 '골리앗' 수원 삼성이 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수원FC는 조용히 내실을 다졌다. 4명 밖에 되지 않는 프런트였지만, 살림 규모에 맞춰 알뜰하게 구단을 운영했다. 무리하게 스타들을 영입하는 대신 흙 속 진주를 찾았다. 하지만 쓸 때는 과감하게 썼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출신의 시시를 영입하며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유스팀 운영에 적극적이었다. 연고 학교를 지정하는 대신 클럽 시스템을 도입해 체계를 더했다.

수원FC의 내실 있는 노력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2015년 기적의 드라마로 꽃을 활짝 피웠다. 이랜드, 대구, 부산을 연파하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승격에 성공했다. 물론 한 시즌만에 챌린지로 내려섰지만, 수원FC의 거침 없는 도전은 찬사를 받았다. 강팀을 상대로도 물러서지 않고 '막공(막을 수 없는 공격)'을 펼쳤다. 이재명 성남 시장과 염태영 수원 시장의 SNS 설전 속 탄생한 '깃발더비'는 2016년 클래식에서 가장 성공한 마케팅 카드였다. '가장 아쉽게 강등한 팀'이라는 평가 속 수원FC는 재승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시 뛰었다. 백성동 서상민 정 훈 등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2017년 수원FC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6위라는 성적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꿋꿋하게 자기 길을 걸었던 수원FC은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다른 시도민구단과 다를 것이 없이, 어쩌면 더 급격하게 정치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렸다. 시작은 조덕제 감독의 사임이었다. 전신인 수원시청부터 팀을 이끌며 지역내 신망을 얻던 조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문제는 그 후였다. 후임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여러 잡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구단은 철저히 배제됐다. '지역내 유력 국회의원이 특정 감독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다.

그간 철저히 차단됐던 정치색이 스며들기 시작하자, 균열은 순식간에 퍼졌다. 구단 내 잡음이 커졌다. 프런트 규모는 4명에서 12명으로 커졌지만, '능력' 보다는 '줄을 잘 서는' 사람이 인정을 받았다. 이해 못할 인사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창단 때부터 고생하던 프런트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표적인 것이 A씨의 사임이었다. A씨는 창단 때부터 팀의 살림살이를 책임졌던 인물이다. A씨는 수원FC에 모든 것을 바쳤다. 밤낮도 없었고, 휴일도 없었다. 수원FC에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정치적 외풍으로 야기된 내부 균열 속 희생양으로 전락했다. 온라인 상 악성 루머까지 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팀 구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A씨는 이달 초 결국 사표를 던졌다. 표면상 사임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정치적 알력이 있었다는 것이 수원FC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일부 정치인들이 수원FC의 자리를 노렸고, 이를 위해 A씨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치 논리 속 수원시의 압력도 있었다고 외치고 있다. A씨는 입을 꾹 다문 채 팀을 떠났다.

계속된 내홍 속에 수원FC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이미 몇몇 직원들은 사직을 고려 중이다. 사람이 미래다. 사람을 놓치는 팀에 미래는 없다. 인재 대신 낙하산, 축구 대신 정치가 들어서면 희망은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기존 시도민구단들이 비정상의 길에 들어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작금의 수원FC 행보는 기존 시도민구단들의 몰락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스포츠2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