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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G-1년의 고민]②평창에 뜨는 세계의 별, 하지만 NHL 스타 없이는 '반쪽'

2018년, 평창에 세계의 별들이 뜬다.

올림픽은 지상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다. 4년 마다 각 종목을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무대다. 더욱이 한국이 동계 불모지였던만큼 그간 직접 보지 못했던 설상과 썰매 종목의 최고수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

빙상 종목부터 보자. 평창에서 4번째 금메달을 노리는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최강자' 스벤 크라머르(네덜란드), 총점 300점을 가볍게 넘어서는 일본의 '피겨괴물' 하뉴 유즈루, 7번째 금메달과 함께 올림픽 작별을 준비 중인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등은 빙상에서 손꼽히는 세계적 스타들이다. 물론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과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도 빼놓을 수 없다.

설상 종목에서는 '알파인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과 '스키점프 여왕' 다카나시 사라(일본)가 눈에 띈다. 둘은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아쉽게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이들은 평창에서 설욕을 노리고 있다. 바이애슬론의 '살아있는 전설' 영웅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은 평창에서 마지막 올림픽에 도전한다. 1974년생인 비에른달렌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동계 스포츠 최고의 영웅이다.

썰매 종목에서도 살아있는 전설이 있다.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로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은 이러한 세계적 스타들의 경연 무대라 더욱 빛난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반쪽 대회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바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의 출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의 꽃'이다. 남녀부에 금메달이 단 2개만 걸려있지만 동계올림픽 전체 관중과 입장 수익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전체 관중 수입의 절반 가까이가 아이스하키에서 나왔을 정도다.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참가한 NHL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올림픽의 얼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NHL 커미셔너와 구단주로 구성된 리그운영위원회와 선수노조가 평창올림픽 출전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 리그운영위원회는 리그 중단과 부상 우려를 앞세워 올림픽 출전을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관행을 깨고 평창올림픽 부터 NHL 선수들의 참가비용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리그운영위원회의 심기를 건드렸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참가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섰지만 리그운영위원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반면 선수노조는 선수들이 조국을 위해 뛸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리그의 방침과 관계 없이 무조건 출전을 선언했다. 선수노조는 지난해 10월 한국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르네 파젤 IIHF 회장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 NHL 관계자들이 뉴욕에 모여 회동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일단 전문가들은 NHL 선수들의 평창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50대50으로 보고 있다. 리그운영위원회의 입장이 강경하지만 NHL에서 선수노조의 파워는 상상을 초월한다. 물밑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리그운영위원회가 평창올림픽 출전 조건으로 선수노조에 현행 단체협약 갱신을 제의하는 등 밀당(밀고당기기)이 이어지고 있다.

NHL 스타들의 출전은 단순히 흥행의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 중계권료 산정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도 NHL 스타들은 개막 7개월 전인 2013년 7월에야 출전 사실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키는 리그운영위원회와 선수노조가 쥐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뒷 짐만 쥐고 있어서는 안된다. IIHF는 NHL 선수들을 평창에 데려오기 위해 4년 뒤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과 연결시킨 패키지 카드를 꺼냈다. 우리도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도 내고, 필요하면 아낌없는 지원도 해야 한다. NHL 스타들의 참여 여부. 평창 올림픽 성공개최에 있어 중요한 변수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