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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G-1년의 고민]④평창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 어디까지 왔나

동떨어진 시간은 없다. 시간은 흐름 속에 결과를 만든다.

과거는 현재에, 그 현재는 미래에 끊임 없는 여파를 미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현재의 준비 시간이 미래인 평창올림픽 성공개최의 결과를 좌우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포스트 평창'이다. 환호 속에 대회를 마친 이후, 전 세계에서 모인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의 불 꺼진 경기장을 상상해 봤는가.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할까. 청정 자연 속에 방치된 흉물스러운 인공 쓰레기로 남지는 않을까.

1년을 앞둔 이 시점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현재적 준비 과정 속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화두.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이다. 모든 행사 준비는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종합적 사고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만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이 주제는 어쩌면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는 이유'에 대한 진지하고도 근원적인 물음과 연결된다. 우리는 왜 큰 돈을 퍼부어 가며 평창을 유치해야 했을까. 돈을 뛰어넘어 눈에 보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가 창출돼야 한다. 우리는 이를 레거시(legacy·유산)라 부른다.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역시 이러한 사후적 가치의 개념 속에 다뤄져야 한다.

현 주소를 살펴보자. 대회 후 사후활용 대상은 경기장 12개와 올림픽플라자 등 13개 시설이다. 11개 시설은 관리운영 주체와 활용방안을 마련했다. 나머지 2개 중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올림픽 특구 사업과 연계한 복합 레저시설로의 활용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이다. 아직까지 운영주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한 국가관리 방안을 조심스레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 전용 훈련시설 등 국가 차원 운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다.

남아있는 시설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동계스포츠의 훈련지 등 국내 수요로만 충족하기는 무리다. 결국 국제적 공조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특히 평창의 레거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과 중국(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 등 동북아 이웃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고속철이 들어오면 서울서 강릉 간 65분에 주파가 가능하다. 평창과 강릉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2018년 평창에 이어 2022년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가동중인 한-중-일 협의체를 적극 활용해 협력 방안을 찾겠다. 베이징올림픽 때 강릉과 평창 시설을 전 세계 선수들의 훈련 장소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평창, 강릉 등이 일본 등 해외 사례처럼 세계적 동계 명소로의 발돋움을 전제로 한다.

국내적 수요도 적극 찾아봐야 한다. 특히 가능한 시설은 생활체육 등 전 국민적 수요로 편입시켜 활용도를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굳이 사고를 스포츠 자체에만 한정지을 필요조차 없다. 지난달 말 열린 평창 올림픽 레거시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장태수 교수는 '평창 웰니스 & 헬스 클러스터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올림픽 국제방송센터(IBC) 건물을 리모델링한 뒤 평창 일대를 건강·힐링·레저 단지로 구축하자는 안이다.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의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끝으로 자연환경과의 조화도 간과할 수 없다. 갈수록 중요해 지는 환경적, 생태적 고려는 비용으로 따질 수 없는 미래적 문제다.

평창올림픽 레거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팔 슈미트(75)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IOC는 '아젠다 2020'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 대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면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반면 생태적 발자국은 적게 남기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아무도 쓰지 못할 스키점프대는 만들지 말자, 대신 만들어진 것만큼은 잘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흐 위원장은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 한다. 평창도 뛰어난 자연 환경을 갖고 있다. 평창조직위가 '일산화탄소 배출 제로' 선언을 하고 실천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순간이지만 레거시는 영원히 남는다. 늦었을지도 모를 지금 이 순간이 보다 진지하고 구체적인 경기장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가장 빠른 시점일 지도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