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차붐'차범근 감독'17세 이하 선수들,두려움이 없더라.'

"17세 이하 선수들, 두려움이 없더라."

24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한국코카콜라 '모두의 올림픽' 현장에서 차범근 전 수원 감독(62)을 만났다. 칠레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2승1무' 무패로 16강 진출을 이룬 '최진철호' 선수들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년을 뛰었어도 두려움이 많았다. 10년동안 경기 때면 늘 긴장했다. 엔트리에 빠질까봐도 걱정했고…, 월드컵 때도 굉장히 많이 긴장했었다"고 털어놨다. "요즘 우리 어린선수들은 거침이 없다. 누구를 만나도 두려움이 없다. 우리 때는 '쫄아서' 덜덜 떨고 그랬는데, 소위 '쪼는' 게 없다. 옛날과 다르다. 국내에서 월드컵을 경험했고, 어린나이에 축구를 시작했고, 세계 곳곳에 나가 뛰면서 실력도 있고, 경험도 있고, 당당하다"고 평가했다.

25년째 차범근축구교실, 차범근축구상을 통해 수많은 유소년 축구스타의 꿈을 지원해온 '축구 영웅', 10년째 코카콜라 한국청소년건강재단 이사로 일하며 '스포츠 전도사'로 일해온 그에게 10대 선수, 학생들을 향한 애정와 지지는 절대적이다. 이들을 위한 지원과 봉사는 의무가 아닌 '소명'이다. 차 감독은 중고등학생들과 함께한 이날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오전 9시 개회식부터 오후 6시 폐회식까지 무려 9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트렌치코트 차림의 차 감독은 이날 5시간이 넘도록 동상처럼 꼿꼿이 선 채 1000명이 넘는 소년 소녀들의 사인 공세, 사인 요청에 응했다. 청소년들 앞에서 직접 슈팅, 드리블 시범을 선보였고, 함께 볼을 찼고, '모두의 올림픽'이란 타이틀대로 아이들의 목에 일일이 메달을 걸어주며 격려했다.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차붐'의 헌신에 10대들은 난리가 났다. "감독님, 사랑해요!" "잘생기셨어요!"를 서슴없이 외쳤다. 레전드의 진정성 있는 참여는 '감동'이었다. '모두의 올림픽'에 동참한 장미란(역도), 박성현(양궁) 남현희(펜싱)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혀를 내둘렀다. 차 감독은 뜨거운 인기 몸살에 "이게 다 내 인기가 아니라 우리아들 '차두리' 인기"라며 슬쩍 '현역스타' 아들에게 공을 넘겼다. "내가 이 나이 때 그랬듯이, 이 아이들에게도 오늘 일이 평생 추억으로 남을 테니, 당연히 다 해줘야지"라며 빙긋 웃었다.

마침 행사 전날인 23일은 차범근 감독이 1982년 한국선수 최초로 유럽 그라운드에서 통산 100경기의 역사를 쓴 날이었다.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은 후 1987년, 1988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에서 우승하고, 1988~1989시즌을 마친 후 36세의 나이에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0년간의 분데스리가 생활을 마감했다. '재계약' 요청을 마다하고 고심끝에 은퇴 후 귀국을 택했다. 독일로 떠나기 전 고려대OB-연세대OB간의 고별전에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좋은 축구를 배워와서, 한국 축구를 위해, 후진 양성을 위해 헌신하겠다"던 약속이었다. 육순의 차 감독은 "지금도 그 약속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가족을 위해선 독일에 남는 삶이 안락했다. 그런데 동대문 서울운동장에서 내가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고 했다. 약속의 첫단추는 차범근축구교실이었다. "우리는 왜 올림픽, 월드컵 등 중요한 대회, 가장 중요한 순간에 골을 왜 넣지 못할까, 독일에가서 절실히 느꼈다. 네다섯살부터 무조건 공을 차고 놀아야 한다. 어려서 공을 다루고 감각을 익혀야 한다. 감각은 성인이 돼서 훈련으로 절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한 차범근축구교실은 25주년을 맞았다. 매주 1100명의 어린이들이 그의 운동장에서 신나게 볼을 차며 논다. "초등학교 3~4학년에 시작하던 축구를 이제 다섯살이면 시작한다. 6년 이상 빨라졌다. 우리도 유년기부터 감각, 기본기를 익히게 됐다. 축구 시작연령을 낮춰놓은 일은 보람있다"고 했다.

차 감독은 '의리파'다. 한번 맺은 인연을 먼저 놓는 법이 없다. 한국코카콜라와의 인연도 어느새 30년을 훌쩍 넘겼다. "대학시절 코카콜라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25년간 한결같이 우리 축구교실에 물과 음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생색을 내지 않는다. 1998년은 내가 축구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해였는데 그때도 있는 듯 없는 듯, 묵묵히 지원해줬다"고 했다. "10년 전부터 코카콜라에서 지원하는 청소년건강재단 이사로 일하고 있다. 축구교실도, 청소년건강재단도 축구만 하자는 게 아니다. 어릴 때 축구를 시작한 아이들이 축구 팬이 되고, 운동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고, 우리 사회가 건강해진다"고 했다. "스포츠를 통해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것,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함께 만든다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서로 약속을 지키며, 좋은 일을 함께하며, 상부상조하고 있다"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