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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대 ERA' 두산 불펜, 사자 공포증 벗어나라

올해 두산은 삼성만 만나면 좋았던 흐름이 뚝뚝 끊기곤 했다. 지난해 10승6패 강했지만 올해 5승11패로 열세였다.

첫 맞대결인 5월1~2일 내리 거푸 패하며 1위였던 순위가 2위로 내려 앉았다. 5월20일에도 다시 2연전을 치러 한 게임도 잡지 못하며 3위가 됐다. 6월16~18일은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가며 1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던 3연전. 하지만 이후 번번이 사자 군단을 만나 승수 쌓기에 실패했다.

타자들은 잘 쳤다. 정수빈(0.405) 오재원(0.405) 민병헌(0.348) 김재호(0.366) 허경민(0.346)가 나란히 맹타를 휘둘렀다. 김현수가 2할4푼5리로 주춤했고, 양의지의 타율도 2할2푼2리이었지만 최주환(0.346) 박건우(0.382) 등 백업 선수가 상대로 선전했다. 올해 9개 구단의 삼성전 평균 팀 타율은 2할6푼8리였던 반면 두산은 2할7푼8리로 그 위였다.

하지만 마운드가 말썽이었다. 이번에는 거꾸로 9개 구단의 삼성전 평균자책점을 올려놓은 원흉이 두산이었다. 16게임에서 두산 투수진이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7.58. 9개 구단 평균이 5.90인데, 두산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았다. 다들 '덜덜' 떨었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였다.

선수별로는 마무리 이현승(1.13) 이현호(2.92) 만이 자기 공을 던졌다.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유희관은 한 차례도 등판하지 않은 가운데 선발 니퍼트는 4경기 중 선발로 3경기에 출격해 1승1패, 4.34의 평균자책점. 장원준은 4경기에서 2승2패 6.23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두산 팬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역시 불펜진. 함덕주(4.50)가 그나마 씩씩하게 공을 뿌렸고 노경운(19.50) 진야곱(14.40) 윤명준(10.13)은 모두 삼성전 평균자책점이 10점대다.

두산은 올해 삼성전에서 기록한 11패 중에 선발 투수가 패전 투수가 된 적은 4번뿐이다. 나머지 7번은 불펜진이 경기 중후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무너지면서 만들어진 결과다. 김태형 감독은 이를 두고 "삼성 팀 타격의 사이클이 완전히 올라왔을 때 붙었거나 반대로 우리 투수들의 밸런스가 안 좋았을 때 상대하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고 분석했다. 한 선수는 "삼성에는 적극적인 타자가 많다. 이런 타자들은 방망이가 쉽게 나와 상대하기 쉬운 측면도 있지만 찬스에서는 투수가 던질 곳이 많지 않다. 주자가 있어 마냥 유인구만 던질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대량 실점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시리즈는 두산 불펜이 삼성 공포증을 이기느냐 여부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50㎞ 중반대의 직구를 던지는 스와잭이 이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의 토종 선수들이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기존에 못 던지던 선수가 갑자기 '가을'에 잘 던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무조건 불펜진의 각성이 필요하다.

김태형 감독도 25일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스와잭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이번에도 빠진다"며 "기존대로 불펜 운용을 할 것이다. 선발이 내려간 뒤에는 노경은 함덕주 이현승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현호가 플레이오프에서 등판하지 않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스와잭의 자리를 맡는다"며 "함덕주의 구위가 나쁘지 않다. 함덕주에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관도 "개인적으로 함덕주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나와 룸메이트인데 둘다 부진하다 보니 방이 암흑이다"며 "둘 모두 잘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