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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판타지워, 새로운 RPG 보여주겠다' 넥슨GT 이정근 수석게임디자이너 인터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건 어렵지만, 한 번 개척한 길은 많은 이에게 영향을 준다. 마을과 마을을 가로막은 산 때문에 아내를 잃고, 22년 간 산을 뚫은 남다른 선택을 한 인도의 '다시랏 만지'의 일화(http://www.huffingtonpost.kr/2015/03/27/story_n_6953250.html)처럼 말이다.

넥슨GT의 '슈퍼판타지워'도 모바일 SRPG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게임이다. 모바일 SRPG는 PC와 콘솔로 즐기던 SRPG의 재미를 살리면서도,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 플랫폼에 맞게 조작과 UI를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장르다. 또한, 스토리에 집중하면서도 스토리 이후에도 즐길 거리도 만들어내야 한다.

힘든 길이다. 하지만 '슈퍼판타지워'는 모바일 SRPG의 수많은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글로벌 런칭에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테스트와 소프트 런칭에서 유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해외 유명 SRPG와 비교하며 찬사를 보내는 유저들도 있었다.

게임어바웃은 11월 5일 전세계 동시 출시를 준비 중인 넥슨GT 이정근 수석 게임디자이너를 만나 '슈퍼판타지워'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기나긴 테스트 끝에 런칭 일자가 잡혔다. 소감이 궁금하다.

더 빨리 내고 싶었다. 하지만 시장에 없는 장르를 만들다 보니, 게임성과 플랫폼 최적화 여부를 검증할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본의 아니게 테스트 기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이제서야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준이 됐다고 판단해 런칭을 결정했다.

'슈퍼판타지워'는 많은 유저가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SRPG를 좋아하던 유저들뿐만 아니라, 모바일 RPG를 즐기던 유저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으니 많이들 즐겨주면 좋겠다.

뛰어난 그래픽, 화려한 액션, 자동 사냥 위주의 RPG가 대세인 요즘, 다소 수수한 그래픽과 스토리에 집중한 SRPG가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SRPG의 경쟁력은 스토리와 전략이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SRPG만의 독특한 재미가 있다고 본다. 이 재미를, 옛 방식 그대로가 아니라 요즘 모바일 게임 유저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개선을 거쳤다. 현재 시장에서 유행하는 게임 스타일과는 다를지라도, 즐길 때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SRPG를 스마트폰에 구현하기 위해서 포기한 콘텐츠도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이 있는가?

크게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 하나는 맵의 고저차다. 보통 SRPG에는 높은 데서 공격하면 대미지가 더 들어간다거나, 원거리 공격은 사거리가 길어진다거나 하는 개념이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초반에는 맵을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지형에 가려 적이 안 보이는 경우가 있어 시점을 돌리는 조작이 필요했다. PC나 콘솔은 버튼이 있으니 상관 없지만, 스마트폰에서는 이를 섣불리 구현했다가는 불편한 게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높이 부분은 덜어냈다. 유리한 지형에 올라서면 지형이 살짝 올라가는 식으로 표현하긴 하지만, 고저차에 따른 이득은 없다.

또 하나는 캐릭터 행동 시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다. '슈퍼판타지워'에서는 자기 턴에는 정해진 순서대로 캐릭터를 조작해야 한다. 물론, 유저가 직접 움직이고 싶은 캐릭터부터 움직이는 게 훨씬 전략적이겠지만, 이러면 생각할 것도 많아지고 조작도 복잡해진다고 판단했다. 익숙한 유저라면 괜찮겠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를 어려워할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 순서를 고정해두고, 그 안에서 전략을 쓸 수 있도록 의도했다. 캐릭터 순서는 파티 구성 때의 순서이므로, 여기서 조금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한 유저들의 피드백도 많았지만, 모바일에는 이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개발에 도움이 됐던 SRPG가 있었다면?

모바일 게임 중에는 없었다. 옛 명작을 포팅한 건 많았지만, 조작 방식을 스마트폰에 최적화하지 않아 참고가 되지 않았다. SRPG의 문법 자체는 예전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본다. 그래서 SRPG보다는 유저들이 많이 즐기는 모바일 RPG를 많이 해봤다.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하고, SRPG에서도 그런 느낌이 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스토리를 강조한다고 했는데, 요즘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유저들을 스토리에 잡아둘 것인지.

사실 나도 스토리를 잘 안 읽는 편이다. 대부분의 유저가 그렇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게임은 스토리에서 탄생돼야 한다.

어차피 텍스트는 잘 읽히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한 게임 분위기, 연출, UI에 스토리를 녹여내려 노력했다.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알 수 있을 것이고, 여기서 게임의 스토리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면 알아서 텍스트를 볼 것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 던전'도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전투 없이 캐릭터들의 대화만 보여주는 구간인데, 여기서 게임의 스토리를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게임 진행과 관계 없는 서브 스토리나 캐릭터를 얻게 되면 볼 수 있는 목적 없는 잡담 등 유저들이 좀 더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놨다.



자동 모드를 지원하는데, 자동모드로 돌릴 경우 어떤 걸 우선해서 행동하는지 궁금하다. 또, 자동모드와 수동모드로 게임을 진행했을 때 보상 등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는가?

AI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다양한 맵과 룰이 있고, 그에 따라 AI가 달라지기 때문에 확정해서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직접 확인해주길 바란다.

자동과 수동의 직접적인 보상 차이는 없다. 보상에 영향을 주는 건 던전 클리어 시 랭크다. B는 1개, A는 2개, S는 3개, SS는 4개의 보상이 주어진다. 랭크는 한 번만 달성하면, 다음에 더 낮은 랭크가 나와도 이전에 달성한 랭크의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번 SS를 달성한 스테이지에서는 B랭크가 나와도 보상을 4개 얻을 수 있다.



한 번만 달성하면 이후로도 같은 보상을 준다니 다소 파격적이다.

처음에는 과도한 보상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한판 한판이 워낙 힘들다 보니 유저에게 매번 SS를 받으려고 신경 쓰게 하면 너무 스트레스가 될 것 같았다. 또한, 유저가 높은 랭크를 달성했다는 건, 유저가 스펙으로든 전략으로든 던전의 퍼즐을 풀었다는 것이니 인정해주는 게 맞다고 본다.



유명 성우 기용으로 눈길을 끈다. 업계의 최고참으로 불리는 이들을 기용한 이유가 궁금하다.

일부러 최고참을 선택한 건 아니다. 애니메이션 느낌이 강하고, 이에 어울리는 성우들을 찾다 보니 기용하게 됐고, 공교롭게도 업계 최고참이었다. 음성은 개인적으로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보이스는 어디까지 적용돼있는가?

공격이나 스킬을 쓸 때, 적에게 막타를 쳤을 때, 협력 공격을 했을 때, 원정대에서 돌아왔을 때 등이 적용된다. 아쉽게도 스토리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스토리 분량이 워낙 많다 보니, 이를 다 녹음해서 넣으면 게임 용량보다 커질 것 같았다. 유저들이 정말 원한다면, 스토리도 음성을 넣을 의향이 있다.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캐릭터 상품이나 애니메이션, 만화 등 미디어 믹스도 준비 중인가?

가능성은 열려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 중인 건 없으며, 일단은 게임 런칭에 집중하려고 한다. 캐릭터성이 강한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호응이 좋다면 회사 차원에서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넥슨에서도 고전 srpg 리메이크 삼국지 조조전 온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상 슈판워의 가장 큰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얘길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모바일 SRPG가 소수이기 때문에, 라이벌이라기보다는 장르를 개척하는 동반자라 생각한다. 모바일 SRPG가 많아져서 대중화되길 바란다. 꼭 SRPG가 아니더라도 시장에는 특성 장르가 편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다양한 게임이 나와 유저들의 선택지를 늘려주는 게 게임 생태계에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캐릭터 뽑기가 없는 게 특징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어떤 BM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원정대 콘텐츠, 코스튬 등이 있다. 코스튬은 각 캐릭터의 코스튬과 로드가 착용하는 코스튬이 있으며, 로드 착용 코스튬의 경우 미약하나마 전 캐릭터에 영향을 주는 만큼 룩도 차별화했다.



콜라보레이션도 생각 중인가?

준비하고 있는 건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피스나 드래곤볼을 좋아해서 그런 캐릭터들을 등장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새로운 RPG를 만들려고 했고, 그 대상이 SRPG가 됐다. 시장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했고, CBT와 소프트 런칭에서도 새로운 재미에 대한 호응을 해준 유저들이 많았다. 재미있다는 피드백도 많아 모바일 SRPG가 잘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얻었다. 11월 5일에는 SRPG에 대한 추억이 있는 유저들, 그리고 새로 SRPG를 접하는 유저들도 모두 관심을 갖고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임어바웃 문의식 기자(mc8466@gameabou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