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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의 감동, 불혹의 베테랑들

40세 불혹(不惑)이면 자연스럽게 '은퇴'를 떠올려야 하지만, 여전히 팀의 주축 선수이고 리더다. 올해 포스트 시즌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베테랑 선수들의 인상적인 활약이다. 전성기에 비해 살짝 기운 듯 해도 여전히 쌩쌩하다. 1990년대 중후반에 프로에 뛰어들어, 2000년대를 건너 2015년 가을까지 달려온 이들이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손민한(40)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거론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에이스 에릭 해커, 재크 스튜어트, 이재학, 이태양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생각했는데, '승부사' 김 감독은 젊은 투수들의 힘보다 40세 베테랑 투수의 경험과 노련함을 선택했다. 손민한은 보란듯이 이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썼다.

5이닝 3안타 2실점(1자책). 뛰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고, 40세 9개월 19일의 나이로 포스트 시즌 최고령 승리 투수가 됐다. 송진우가 보유하고 있던 40세 8개월 1일을 넘었다. 올해 달성한 최고령 10승, 최고령 올스타전 출전과 함께 소중한 기록 추가다.

1975년 1월 2일 생 손민한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7년 프로에 첫발을 디뎠다.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지난 시간은 경험과 연륜을 선물했고, 감동을 가져다 줬다.

에릭 테임즈, 나성범과 함께 다이노스 중심 타선을 책임져 온 이호준(39)은 지난 1,2차전에서 마음고생을 좀 했다. 두 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 삼진 1개.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2경기는 타격감을 깨우는 예열의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3차전 3회초 1사 1,3루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렸는데, 이 안타가 이날 승리를 가져온 결승타가 됐다. 대승의 물꼬를 튼 한방이었다. 4타수 2안타 2득점 1타점.

SK 와이번스 시절인 2004년에 139안타를 때린 후 11년 만에 단일시즌 130안타 이상을 친 이호준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1994년 투수로 해태 타이거즈 지명. 프로 경력이 20년을 넘었지만 이호준은 아직도 씩씩하다.

두산 팀 분위기를 이끌어 온 홍성흔(39)은 요즘 자주 볼 수 없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출전한 홍성흔은 이후 주로 대타로 나섰다. 그랬던 홍성흔이 지명타자로 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서 홈런을 때렸다. 3-0으로 앞선 4회에 분위기를 두산쪽으로 끌어온 1점 홈런이었다.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100번째 안타이자, 10번째 홈런이었다.

3차전 9회 대타로 나선 홍성흔은 다시 한 번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포스트시즌 최다 경기 출전 1위(105경기)에 오른 것이다.

한국시리즈로 넘어가면 설명이 따로 필요없는 또 한 명의 '레전드'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39)이다. 시즌 막판 부상으로 빠졌던 이승엽은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프로 21년차 이승엽이 이 가을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 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