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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그녀는 예뻤다'는 어떻게 가을야구를 이겼을까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강했다.

MBC 수목극 '그녀는 예뻤다' 신드롬이 가을 야구의 열기까지 집어삼켰다. 시청자들의 성화에 못 이긴 방송사는 KBO리그 플레이오프 생중계까지 포기했다. '그녀는 예뻤다' 결방에 대한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MBC는 지난 14일 준플레이오프 두산 대 넥센의 4차전 생중계로 '그녀는 예뻤다'를 결방했다가 시청자들에게 크게 혼났다. 두산의 대역전승이 펼쳐지면서 야구 중계가 예상보다 길어진 탓에 '라디오스타'만 전파를 탔다. 시청자 게시판은 난리가 났다. 극중 '폭탄녀' 김혜진(황정음)이 외모를 확 바꾸고 잡지사 편집팀에 복귀하는 내용이 예고돼 있었기에 결방의 후폭풍이 더 컸다. 그리고 다음날 2회 연속 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MBC는 또 한번 곤욕을 치렀다.

'그녀는 예뻤다' 결방 사태는 가을 야구를 꼭 지상파에서 방송해야 하느냐는 '장외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정규 시즌은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방송하지만, 포스트 시즌과 한국시리즈는 지상파 3사가 순번을 정해 중계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스포츠 채널을 두고 지상파가 야구 중계를 위해 정규 방송을 중단하는 건 전파낭비라는 의견과 시청자들의 폭 넓은 '볼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섰다. 어찌됐건 케케묵은 논쟁의 재등장은 '그녀는 예뻤다'가 얼마나 화제성이 높은지 실감케 한 해프닝이었다.

MBC는 21일로 예정된 NC와 두산의 플레오프 3차전 대신 '그녀는 예뻤다'를 평소대로 방송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19일 MBC 관계자는 "편성 여부는 방송 당일까지 유동적"이라고 밝혔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21일과 22일에 '그녀는 예뻤다' 10회, 11회가 정상 방송된다. 주 2회 방송되는 수목 미니시리즈의 특성상 결방이 있을 경우 목요일 종영에 맞추기 위해 2회 연속 방송을 하는 것이 관행이나, 이주에 연속 방송은 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시판에선 혹시 모를 변수를 걱정하면서도 일단은 MBC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MBC에게도 명분 대신 실리를 챙긴 편성으로 보인다. '그녀는 예뻤다'는 MBC의 수목극 잔혹사를 끊어낸 구원투수다. 전작 '밤을 걷는 선비'를 비롯해 '맨도롱 또Œf'과 '앵그리맘' 등이 한 자릿수 시청률로 부진했다. 올해 초 방송된 '킬미 힐미'도 역대급 화제성과는 달리 최고시청률은 11.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아쉬웠다. '그녀는 예뻤다'는 MBC 수목극 중엔 올해 처음으로 시청률 20%에 근접해 있다. 결방 다음날인 19일 9회에서 16.7%를 찍었다. 지난달 16일 4.8%의 시청률로 출발해 3배 이상 숫자를 불린 대역전승이다. 딱 한 번의 하락 외엔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중이다.

외모에 주눅든 폭탄녀에서 씩씩한 사회초년병으로 성장한 김혜진 캐릭터를 중심으로 까칠한 첫 사랑 지성준(박서준), 똘기 넘치는 김신혁(최시원), 의리파 친구 민하리(고준희) 등 개성 넘치는 주연 캐릭터들이 고르게 주목받고 있다. 4각 로맨스가 본격화되면서 나날이 화제성도 치솟고 있다.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진지한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배우들의 호연도 신드롬의 한 몫을 차지한다.

지금 '그녀는 예뻤다'의 인기는 '신드롬'이란 단어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가을 야구도 '그녀는 예뻤다' 앞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야구 생중계도 결방시킨 '그녀는 예뻤다'의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