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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했던 박병호, 준PO에서 존재감 보일까

승리의 기쁨은 종종 상처나 그림자를 조용히 묻어버리곤 한다. 이겼다는 기쁨이 너무 큰 나머지 약점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2015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SK 와이번스에 연장전에 나온 끝내기 실책 덕분에 승리한 넥센 히어로즈도 승리에만 도취되어선 안된다. 분명 약점이 노출됐다.

젊고 스마트한 넥센 염경엽 감독도 이런 점을 모르지 않는다. 염 감독은 7일 목동구장에서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긴 뒤 "얻은 것도 있지만, 문제점이나 보완해야 할 점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디테일한 수비의 움직임이나 공격의 활성화 등을 고민하고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염 감독이 말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이걸 염 감독이 모를리는 없다. 다만 그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려면 일단은 눈감아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 듯 하다. 염 감독이 굳이 언급하지 않은 문제점. 바로 팀의 간판이자 공격의 핵심타자인 박병호의 침묵이었다.

박병호는 올해 페넌트레이스 홈런(53개)-타점(146타점) 2관왕을 차지했다.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한 최강의 4번타자다. 박병호의 방망이에 불이 붙는 순간, 넥센은 쾌승행 하이패스를 통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와일드카드 1차전에서의 박병호는 침묵했다. 1회말 첫 타석과 연장 10회 다섯번째 타석에서만 볼넷 1개씩 골라냈을 뿐이다. 나머지 세 타석(3회 6회 7회)에서는 우익수 뜬공 1개와 삼진 2개에 그쳤다. 리그 최강의 4번 타자답지 않은 모습이다.

박병호의 침묵은 곧바로 넥센의 공격침체로 이어졌다. 1회말 제구력이 흔들린 SK 선발 김광현에게 대량득점을 뽑아낼 수 있었지만, 1득점에 그친 넥센은 이후 5이닝 연속 무득점에 빠졌다. 그러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다행히 7회말 서건창-고종욱 등 발빠른 타자들의 득점타가 터진 덕분에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후에도 3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 연장 11회말에도 사실 상대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경기를 끝낼 수 없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한 경기만 가지고 박병호의 부진을 우려하는 건 성급하다. 그런데 최근 박병호의 타격페이스를 보면 이 우려에 설득력이 실린다. 박병호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10경기에서 타율이 2할4푼2리(33타수 8안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홈런 3개를 쳤지만, 삼진은 13개나 당했다. 막판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탓으로 보인다.

정규시즌 이후 넥센은 3일을 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했다. 1차전에서 준PO행이 결정된 덕분에 넥센은 다시 2일 더 쉴 수 있다. 박병호도 체력과 집중력을 끌어올릴 시간을 벌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반드시 침묵을 깨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넥센에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