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영애씨,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갑이었다.
지난 5일 방송된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4'에서는 회사를 차린 뒤 고생을 거듭하던 이영애(김현숙)가 낙원사에 하청을 주는 갑이 되면서 통쾌한 반전을 선사했다.
이영애는 자신을 해고했던 악덕 사장 조덕제(조덕제)에게 갑의 입장이 됐음에도, 조덕제에게 자신이 과거에 받았던 수모를 되돌려주는 대신 낙원사 사람들의 후하게 대접하며 진정한 갑으로 거듭났다.
회사에서 항상 을이었던 영애는, 회사를 나가 사업을 차렸지만 그보다 못한 병, 정의 삶을 살아야 했다.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애는 직장인들의 '공감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때론 자신에게 피해가 오더라도 입바른 소리를 서슴지 않는 그녀의 모습이 시청자들에 대리만족을 선사해 왔다.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 이승준(이승준)과 김산호(김산호) 사이의 삼각 러브라인은 끝내 명확한 결말을 맺지 못한 상태로 마무리 됐다. 16부 내내 '과연 누가 영애의 남자가 될 것인가' 궁금증을 자극했던 이들의 로맨스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됐다. 다음 시즌 이들의 이야기를 이어갈 계획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일에 있어서 을, 병, 정의 입장을 대변하며 큰 공감을 샀던 영애가 사랑에 있어서만은 갑의 입장이었다. 이는 많은 드라마에서 봐왔던 설정이다.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주인공은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막돼먹은 영애씨'도 지독한 현실 속에 그런 판타지 하나쯤 있어야 할 성 싶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달리 하길 기대했다.
극 말미 이영애는 이승준과 김산호, 두 남자 모두와 들판에 누워있었다. 이영애는 두 남자의 사랑을 모두 받으며 "이렇게 살 순 없겠지?"라고 아쉬워했다. 결국 이영애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로맨스 또한 영애 씨만의 스타일로 풀어가길 바란 것은 무리였을까. 영애의 호쾌한 반전이 시원했으나, 사랑에 있어서만은 갑인 영애의 모습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다만 이것이 최장수 케이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계속될 것 임을 암시하는 장치라고 생각해 보면서, 시즌15에서 영애스러운 이야기들이 다시 펼쳐지리라 기대해 본다.
한편, '막돼먹은 영애씨'는 대한민국 대표 노처녀 이영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30대 여성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 지난 2007년 4월 첫 방송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케이블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이번 시즌14에서는 창업으로 사장이 된 이영애가 갑은커녕 을보다도 못한 병정 인생을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져, 시청률 평균 3.6%, 최고 4.1%로 역대 시즌 최고 수치를 기록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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