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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첫 멀티골'-김영욱'환상AS',6강 잃었지만 꿈은 계속된다

"개띠 형님들이 겁이 없다. 노 감독님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1% 기적'을 바라야 하는 상황에서 저지른 것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33라운드 전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적장' 최 감독을 놀라게 한 노상래 전남 감독의 '반전 용병술'은 예정된 것이었다. 한가위 연휴 홀로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선수들로 승부를 내보기"로 결심했다.

최 감독의 말은 정확했다. 14일 인천과의 FA컵 4강행을 앞두고 전남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6강의 실낱 희망속에 '실리'와 '승리'를 모두 꿰차야 했다. 현실을 직시했고, 냉정을 되찾았다.전남은 서울 원정에서 대승하고, 성남이 인천에 대승해야 6강의 꿈을 꿀 수 있었다.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제주가 승리할 경우에는 6강행은 물거품이었다. 3라운드, 무려 8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상황, 기존의 전략, 기존의 스쿼드로는 '반전'이 어렵다고 봤다. 시즌 막판, 선수층이 엷은 팀 상황 역시 녹록지 않았다. 센터백 임종은, 공격수 안용우, 미드필더 이창민 등이 부상으로 뛸 수 없었고, 한시즌 내내 모든 것을 쏟아낸 현영민 스테보 최효진 등 베테랑 선수들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다. '크로아티아 신성' 오르샤는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 노 감독은 기존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종호, 김영욱, 전현철, 홍진기,이슬찬, 이지민 등 전남이 자랑하는 당찬 '젊은 피'가 총출동했다. 노 감독은 "전남은 올시즌 21~22명으로 운영됐다. 주전, 비주전의 차이가 크지 않다.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이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했다. 올시즌 첫 스리백, 이슬찬, 이지민 등 빠르고, 영리한 신예들이 서울의 베테랑 윙백들과 맞붙었다.

서울 원정에서 전남은 2대3으로 역전패하며, 결국 6강행 티켓을 놓쳤지만, 노 감독의 도전은 의미 있었다. '광양루니' 이종호는 올시즌 첫 멀티골을 넣었다. "골잡이는 절대 1골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기회가 오면 2골도 넣고, 3골도 넣고 계속 넣어야 한다"던 스승 노 감독의 간절한 희망에 부응했다. 올시즌 노 감독이 믿고 쓴 '멀티플레이어' 이슬찬은 스리백에서 이지민과 함께 윙어, 윙백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냈다. 이종호의 선제골도 이슬찬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41분 김영욱의 어시스트는 발군이었다. 김영욱은 노 감독이 올시즌 가장 많이 혼내고, 가장 많이 기대한 선수다. 서울 수비수들을 벗겨낸 후 방향을 속이며 이종호에게 혼신의 킬패스를 건넸다. 노 감독은 "그 패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영욱이의 그런 모습은 나도 처음 봤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 감독이 2군 감독때 부터 사랑으로 지도해온 '전남 유스' 출신 김영욱, 이종호, 이슬찬이 모두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첫 경기였다. FA컵을 앞두고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이미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0대2로 패한 후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 이지남 등 고참 수비수들이 실점을 자책하며 라커룸에서 펑펑 울었다. 노 감독은 애써 눈물을 삼켰다. "모두 잘해줬다. 자, 다같이 박수 치고 끝내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우리 선수들 마음이 더 아플 텐데, 나까지 눈물을 보일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서울전 후 진한 소주 한잔으로 소리없이 아쉬움을 달랬다. 6강행 티켓을 거머쥔, '개띠 친구' 조성환 제주 감독에게 전화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상하위 스플릿 전쟁은 끝났지만, 전남과 인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개띠 절친' 김도훈 인천 감독과 FA컵 준결승, 하위 스플릿리그에서 전쟁을 이어간다. 노 감독은 "올시즌 인천과 전남, 징글징글하네요"라며 웃었다. 전남은 22라운드까지 3위권을 유지하며 6강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스테보가 11골, 이종호가 10골, 오르샤가 9골을 터뜨렸다. 3명의 공격수가 10골 가까이 골을 넣은 팀은 '1강' 전북(이동국, 에두, 레오나르도)과 전남뿐이다. 3라운드 제주전 승리 이후 마지막 10경기에서 5무5패하며 꿈을 놓쳤다. 3라운드 첫 4연승을 달리며 뒷심을 뽐낸 인천은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6강이 가능했다. 어려운 살림속에 고군분투했고, 6강 티켓에 가장 근접했었다. 눈앞에서 아른대던 6강 티켓을 나란히 놓쳤다.

스플릿의 눈물을 뒤로 한 채 14일 FA컵 준결승에서 단판 승부를 펼친다. 노 감독은 "정신력, 분위기 싸움에서는 우리도 결코 인천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첫번째 꿈을 놓쳤다. 그래서 두번째 꿈과 기회는 더욱 절실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