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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무한도전'의 울림, 시청자 마음에 파도가 되다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무한도전'이 또 한 번 '국민 예능'의 힘을 보여줬다.

MBC '무한도전'은 지난 8월15일 '배달의 무도' 특집 방송을 시작해 4주간에 걸쳐 세계 곳곳에 따뜻한 한국인의 밥상을 전달했다.

'배달의 무도'는 4주년 특집 방송에서 벌칙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시청자들의 신청을 받아 '무한도전' 멤버들이 직접 해외의 팬들에게 음식을 배달하다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4주간의 방송이 끝나고 나서 시청자들은 왜 배달 특집이 광복절 특집으로 재탄생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벌칙으로 시작된 '배달의 무도'가 남긴 여운은 진했다. '무한도전'은 미국으로 입양된 동생에게 출산을 앞두고 엄마의 음식을 배달했으며, 해외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유학생들에게 따뜻한 한 상을 선물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떠나 독일에 터전을 일군 동포들을 그리운 한국 음식으로 위로했다.

무엇보다 일본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 섬을 찾은 3편과 4편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시아 배달은 맡은 하하는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된 한국인이 살았던 곳으로 현재도 150여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하하는 한국에서 가져온 음식을 손수 준비해 주민들에게 대접하며 이들과 진심을 나눴다.

특히 하하는 91세 강경남 할머니의 고향인 경남 사천을 직접 찾아가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할머니에게 보여줬다. 할머니는 8살 어린 시절 떠나왔음에도 고향 풍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는 연로해 비행기를 타기도 힘겨운 할머니는 구성진 가락으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유재석과 하하에게 그저 고맙울 뿐이라며 미소짓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우토로 마을에 이어 하하는 논란 속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시마 섬을 찾았다. 하시마 섬은 일본 나가사키 시에 있는 무인도로 일제강점기 당시에 한국인들의 노동력을 수탈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지옥섬'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된 뒤로 일본 측은 약속했던 '조선인 강제 징용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하하는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하시마섬에 이어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골이 묻혀 있어 다카시마로 향했다. 다카시마 섬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던 공양탑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숲 속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하하, 서경덕 교수는 "쌀밥과 고깃국이 제일 먹고 싶었다"는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양탑에 따뜻한 밥과 국을 올려 뭉클하게 했다.

'무한도전'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하게 먹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시작해 이 같이 큰 감동을 이끌어 냈다. 누군가 애타게 그리워했던 한국의 밥상을 통해 잊혀졌던 과거사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진실들을 전달했다.

방송의 힘은 컸다. 이는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행동으로 옮겨졌다. 방송이 끝난 뒤 공양탑을 방문하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고, 이에 서경덕 교수는 네티즌의 힘을 모아 공양비 정비 계획까지 세우게 됐다. 미처 몰랐던 진실들과 멤버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예능의 한계를 또 한 번 넓히고, 지평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무한도전'이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