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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보통의 존재' 장동민의 '더 지니어스' 우승에 담긴 의미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대한민국 최고를 자처하는 최고의 브레인들의 치열한 경합을 벌이는 '더 지니어스'의 최후의 승자는 '가장 보통의 존재'였던 개그맨 장동민 이었다.

'게임의 법칙'이라는 부재를 달고 지난 2013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N '더 지니어스'는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지니어스(천재)'한 13인의 도전자가 게임을 통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숨막히는 심리전을 벌이는 리얼리티 쇼다.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시청자들이 '두뇌 게임'의 참맛을 알게 한 이 프로그램은 3년 동안 4개의 시즌을 선보이며 젊은 층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시즌이 거듭되면서 출연진들의 스펙도 화려해 졌다. 프로게이머·변호사·바둑기사·아나운서·해커·카이스트 학생·멘사 회원·한의사 등 직업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이 '지니어스'들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도 힘든 게임을 통해 온갖 심리전과 전술을 동원해 치열한 승부를 겨뤘다.

하지만 어려운 게임과 화려한 도전자들이 바글거리는 무시무시한 이 프로그램에서 두 번이나 최종 우승을 차지한 이는 고스펙 고학력의 천재가 아닌 '가장 보통의 개그맨' 장동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종영한 시즌3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하더니 각 시즌의 최고 실력자들만 모아놓은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12일 종영)에서 까지 최종 승자가 됐다.

대중은 스펙으로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는 비정상적인 사회 속에서 장동민이 보여준 '가장 보통의 존재가 이룬 승리'에 환호를 내질렀다.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 종영 이후 만난 장동민 역시 자신의 우승을 '작은 아우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첫 방송 전부터 온라인 상에 출연자들의 스펙이 쭉 정리된 게시글들이 올라오더라. 다른 출연자들의 이름 밑에는 '무슨 대학' '어디 고등학교' 등 쭉 학력이나 이력이 써있는데, 내 이름 밑에는 그냥 '개그맨'이라는 단어 뿐이었다. 그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 역시 '진짜 웃기다' '장동민이 왜 저런데 들어가 있냐'는 반응이 었다. 그때 '내가 왜 어느 대학을 나왔냐는 걸로 평가받아야 되지? 왜 개그맨이라는 이유로 우스운 사람이 돼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저 콤플렉스'가 있어서가 아니라 '고스펙'으로만 사람을 바라보는 세상의 잣대가 아닌 그 사람이 가진 본질로만 평가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며 "그래서 내가 고스펙이 아닌, 가장 평범한 보통의 사람, 개그맨들의 대표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삐뚤어진 시선을 극복하고 꼭 내가 이겨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동민은 "하버드, 카이스트, 서울대 등 내놓으라 하는 명문 대학에 나오신 분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분들은 내가 놀 때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해 그 자리에 가게 된 것이니 그 노력에 대해서는 정말 인정하고 존경한다. 하지만 오직 그런 '스펙'으로만 사람은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난 우리 회사(소속사 코엔스타즈)의 직원을 채용할 때도 한번도 이력서에 대학이나 학력을 본적이 없다. 대기업에서는 면접 보기 전부터 서류 심사를 통해서 명문 대학 출신자가 아니면 넘겨버린다고 하지 않나. 그런 사람들에게 작은 일부가 아닌, 편견을 버리고 진짜를 봐라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내가 아닌 다른 어떤 개그맨이 나와도 '더 지니어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거다"고 말하며 "'더 지니어스'에서 진행하는 게임이 수학적 지식, 법률 지식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지 않냐. 빠른 눈치와 상황 판단 능력으로 진행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공개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판단능력이 모두 훌륭하다. 다른 어떤 개그맨이 했어도 우승했을 거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처음 시즌 3에 합류했을 때 제작진이 내게 '재미있는 거 많이 해주세요'라고 하더라. 아마 그때 당시에는 날 그런 역할로 섭외했을 거다. 많은 사람이 진중하고 분위기 있는 자리에 개그맨이 나가면 '쟤 뭐야'라고 생각하지 않냐. 개그맨도 배우나 가수들 만큼이나 진중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다"며 "개그맨들의 위상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