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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남자농구, LG 세이커스를 벤치마킹하자

2015~2016시즌 KCC 남자농구가 지난 12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개막했다. 개막 2연전에서 농구장을 찾은 관중이 전 시즌 대비 감소하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도 그랬고, 실제로도 18% 정도 줄었다.

국내 남자농구는 지난 여름 동안 개막전 준비 보다 연이어 터진 경찰 수사(전창진 전 KGC 감독과 선수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관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농구팬들도 경찰 수사 소식을 접하면서 크게 실망한 것은 분명하다. 10개팀은 구단의 역량을 새 시즌 준비에 온전히 쏟을 수가 없었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재미있는 농구'를 만들기 위해 단신 외국인 선수를 뽑는 등 외국인 선수 선발 및 운영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또 리그 일정도 전 시즌 보다 약 한 달 가까이 당겼다.

농구팬들은 이번 시즌이 9월에 개막한 것에 낯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통 시즌과 같았다면 10월에 시작했을 것이다. KBL과 구단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팬들에게 달라진 개막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홍보가 부족했다. KBL과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또 양동근(모비스)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시아선수권대회(23일~10월 3일) 출전 준비로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는 부분도 관중 흥행의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시즌 초반 흥행 분위기에 걸림돌이 한 두개 아니다. 일부 농구인들은 KBL 출범 이후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했다. 또 일부에선 이런 상황에서 시즌을 개막하고 강행하는 게 맞지 않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현재 남자농구 현장에선 분위기가 더 떨어질 곳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의정부지검에서 선수(11명) 관련 불법 스포츠도박과 승부조작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건 종결까지 좀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수사가 확대되기 보다 마무리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KBL과 구단들은 지금의 위기를 반등시킬 준비를 해야 한다. 떠난 팬들의 발길을 다시 농구장으로 끌어와야 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단신 외국인 선수를 도입한 건 쏠쏠한 재미 요소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 잭슨(오리온) 같은 경우 코트 안팎에서 인기가 높다. 전문가들은 "10월 국가대표들이 소속팀으로 합류해 선수들을 풀가동할 수 있게 되면 팀 경기력은 더 좋아질 것이다. 재미있는 농구가 구현될 수 있다"고 말한다.

팬들은 '재미있는 농구'만으로 농구장을 꽉꽉 채워줄까. 궁극적으로는 농구 콘텐츠가 재미가 있다면 입장 관중이 많아지고 TV 시청률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큰 변화가 있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좀더 가시적인 변화를 주어야 한다.

KBL과 구단들은 이번 시즌이 한 달 일찍 시작됐고 지금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걸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보통 시즌과 같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달이 빨랐고, 또 악재들이 많았다. 비상 상황에선 좀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LG 세이커스에서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 LG는 23일 프로농구 불모지인 경기도 화성시에서 KGC전을 치른다. LG는 비시즌에도 충남 당진시에서 이미 3년째 친선경기를 가졌다. 또 올해는 유소년팀도 만들었다. LG는 자신들의 연고지인 창원시에 뿌리를 잘 내렸다. 그리고 시장 확대, 새로운 팬들을 찾아나서기 위해 농구에 목말라 있는 당진시와 화성시 등을 노크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남자농구는 제법 긴 시간 동안 늘 해오던 일상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었다. 그러면서 외부 요인(야구의 인기 상승, 배구의 맹추격 등)에 의해 자신들의 '빵'을 빼앗겼다. 김완태 LG 단장은 "지금은 우리 남자농구가 새로운 팬들을 발굴하고 찾아가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KBL과 구단들은 안 좋은 분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좀더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돌파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