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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잇몸축구' 또 부상 악재에 죽다 살았다

"잇몸도 오래되니까 단단해지던데요."

수원 서정원 감독은 이젠 만성이 됐는지 달관했다는 표정이었다. 수원은 올 시즌 '잇몸축구'의 대명사로 불린다.

전염병처럼 도진 부상 릴레이로 베스트11을 제대로 가동한 적이 없다. 9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부산과의 원정경기는 설상가상이었다.

수비의 핵심인 조성진이 부상에서 회복했다가 경고누적으로, 더블볼란치를 보던 김은선은 왼무릎 부상이 다시 악화돼 복귀가 미뤄졌다. 여기에 대표팀에 차출된 홍 철과 권창훈에 이어 외국인 선수 일리안 미찬스키마저 불가리아대표팀에 다녀오느라 엔트리에서 빠졌다.

장기판에서 '차', '포' 정도를 떼는 게 아니라 '마', '상'까지 모조리 빼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서 감독은 선두 전북을 언급하며 선두 추격의 의지를 잃지 않았다. "선수 이탈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만큼 오늘 하루도 어떻게든 넘겨보자"던 서 감독은 평소대로 4-1-4-1 전형을 내밀었다. 서정진이 최전방에 섰고, 권창훈 대신 산토스가, 홍 철 대신 양상민이 출격했다.

시작은 좋았다. 선제골을 노린 수원은 염기훈의 측면 돌파를 앞세워 부산을 몰아붙였다. 10분 만에 산뜻한 결과물이 나왔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부산 골키퍼 이창근이 공을 놓친 사이 이상호가 밀어넣었다. 권창훈 대체멤버 산토스가 욕심부리지 않고 잘 양보했다. 이후 수원은 기세를 높여갔고 '잇몸축구'가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22분 악재가 터졌다. 서정진이 부산 주세종과 볼 경합을 하던 중 오른발을 접지르며 쓰러져 실려나갔다. 외측 인대에 심각한 부상인 듯 정밀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상호의 선제골 직전에 왼측면 깊은 침투로 문전 혼전을 유도해줬던 이가 서정진이라 수원의 절망감은 더 컸다. 하는 수 없이 카이오가 투입됐다. 수원은 부상 악몽에 놀랐는지 급격히 위축됐고 전반 40분 이경렬에게 헤딩 동점골을 허용했다. 부상 후유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더니 후반 16분 결국 땅을 쳤다. 부산 배천석이 오른 측면을 돌파한 뒤 문전에서 노마크로 기다리던 정석화에게 역전골을 어시스트했다. 경기 전 서 감독이 '수비할 자원이 없다'고 했던 하소연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패한 뒤 돌아갈 수 없다는 서 감독의 투지는 강했다. 후반 25분 산토스를 빼고 조지훈을 투입한 게 묘수였다. 조지훈은 출전 8분 만에 무너져가던 팀을 살렸다.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문전의 오범석에게 찔러줬고, 오범석은 방향을 바꾸는 절묘한 오른발 힐킥으로 2대2 동점골을 만들었다.

비록 선두를 바짝 위협하는데 실패했지만 웬만한 위기에도 '단단해진 잇몸'을 보여준 승부였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