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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조 부활포 두 방 쾅! '슈틸리케 감독님 보셨죠?'

탄식 또 탄식이었다.

전북전에 나선 성남 공격수 황의조(23)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숱한 찬스에도 골맛을 보지 못했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전북 유창현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날카로운 패스가 잇달아 황의조의 발끝으로 연결됐다. 하지만 골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후반 14분 김두현이 내준 패스를 문전 왼쪽에서 잡아 전북 골키퍼 권순태와 1대1 상황을 맞았으나, 슛은 왼쪽 골포스트 옆으로 흘렀다. 후반 19분에는 문전 오른쪽에서 날린 회심의 헤딩슛도 한뼘 차이로 골문을 외면했다.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분위기를 달구던 성남 입장에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김학범 성남 감독은 팔짱을 낀 채 그라운드만 응시할 뿐이었다. 관중석에선 탄식이 메아리 쳤다.

80분 간의 부진을 만회하는 데 5분이면 충분했다. 후반 35분 김두현이 전북 진영 왼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을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었다. 전북 수비수 김기희가 순간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았다. 5분 뒤에는 김두현의 헤딩슛이 권순태의 손에 맞고 흐르자, 문전 정면에서 그대로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황의조의 멀티골로 성남은 4연승을 달리던 선두 전북에 역전승, 승점 18이 되며 상위권 도약까지 노려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지난 4월 4일 대전전(4대1 승)부터 이어온 무패 기록도 9경기(4승5무)로 늘어났다.

황의조는 시즌 초반부터 성남 공격을 이끌며 주목 받았던 인재다. 하지만 부상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6일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한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16강 1, 2차전에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전북전 멀티골은 황의조의 부활포였다.

황의조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중위권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요한 경기였다. 전북과의 개막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찬스를 계속 놓치면서) 선수들에게 미안했다. 만회해야 겠다는 생각이 컸다. 무조건 골을 넣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활약 비결을 밝혔다.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에는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달 18일 미얀마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 소집명단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황의조는 '제2의 이정협' 발굴을 논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황의조는 "아직 팀(성남)에서 좀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써야 한다. 지금 대표팀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보다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남=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