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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수 중인 이충호 코치 '큰 그림 그려봐야죠'

"큰 그림 한번 그려봐야죠."

이충호 골키퍼 코치(47)가 독일로 떠나기 전 남긴 말이다. 이 코치는 지난해 K리그 챌린지 강원을 떠나며 지도자 변신 후 첫 휴식기를 갖게 됐다. 1998년 지도자연수를 시작으로 프로팀과 연령별 국가대표팀 등을 오가며 쉼없이 달려왔다. 그간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만나고,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낸 이 코치의 머릿속에는 공부가 자리했다. "몇몇 팀에서 제안이 왔지만, 지금 아니면 공부할 기회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와이프도 적극 지원해주겠다고 했고. 골키퍼 출신으로 처음으로 K리그 감독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이번 연수는 그 꿈을 위한 첫 단계죠."

이 코치가 택한 곳은 처음 지도자 연수를 했던 독일이었다. 이 코치는 당시에는 흔치 않은 골키퍼 전문 연수를 수료했다. 독일에서 인연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지도자 생활에 입문했고,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첫 연수를 경험한 독일에서 세계 축구의 흐름과 독일축구의 시스템을 재확인하기로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제자들은 그의 큰 힘이다. 구자철과 홍정호는 제주에서 함께 생활했고, 손흥민과 김진수는 17세 대표팀 등에서 동고동락했다. 이 코치는 제자들의 도움 속에 마인츠, 함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레버쿠젠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 코치는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제자들은 좋아했던 스승의 독일행에 반색했다.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은 이제 이 코치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코치는 "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일 축구의 현실에 대해 배웠다.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 현실과 다른 곳에서 제 몫을 해내는 제자들을 보면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두 달 가까이 독일을 돌며 다양한 것을 배웠다. 집중력과 자율을 강조하는 훈련은 그의 이목을 가장 끈 부분이었다. 이 코치가 관심을 갖고 있는 유소년 훈련 역시 인상적이었다. 한국축구를 위해 봉사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이 코치의 최종 꿈은 재능있는 유소년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다. 최근 좋은 선수들이 대거 배출되는 독일은 최적의 장소다. 이 코치는 유스팀이 1군과 전술적 방향과 훈련프로그램을 공유한다는 점은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코치는 골키퍼 코치다. 하지만 골키퍼 지도자 자격뿐 아니라 필드플레이어들을 지도할 수 있는 지도자 자격도 갖추고 있다. 둘 모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공인하는 A급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축구 경기장 내에서 뛰는 11명의 선수 모두를 고르게 지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골키퍼 코치다. 그가 지도한 골키퍼들이 발을 잘 쓰는 것은 이 코치의 이같은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 코치는 현재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평가받는 마누엘 노이어처럼 후방을 커버할 수 있고, 킥이 좋아야 좋은 골키퍼가 될 수 있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골키퍼 코치로 보는 시각을 필드로 적용한다면 새로운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코치는 1998년 부천 코치를 시작으로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와 K리그 제주, 강원 등을 거치며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모처럼의 휴식에도 멈추지 않았다. 꿈을 위해서다. 이번 독일 연수를 통해 또 한번 시각을 넓혔다. 이 코치는 꿈을 위해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