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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손혁 코치가 본 '선발 한현희'의 진화

"현희가 오늘도 또 배웠죠."

넥센 히어로즈 손 혁 투수코치는 1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이 끝난 뒤,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넥센은 선발 한현희의 7이닝 3실점 호투에 힘입어 6대3으로 승리했다. 무엇보다 선발로 전환해 조금씩 진화하고 있는 한현희가 대견했던 것이다.

한현희는 이날 경기 초반에는 좋지 않았다. 1회말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이성열과 김경언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으나 최진행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허용했다. 2회에는 1사 2루서 나온 조인성의 우익수 뜬공 때 우익수 스나이더가 강한 송구로 2루주자 강경학을 3루에서 잡으면서 위기를 넘겼다.

1-1 동점이 된 3회에는 무사 1루서 이성열에세 투런홈런을 맞고 말았다. 3실점째, 하지만 한현희는 이후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5회 2사 후 이성열에게 볼넷을 허용할 때까지 8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6회와 7회도 삼자범퇴. 초반 난조를 딛고, 완벽투를 뽐냈다.

손 혁 코치는 "현희는 뒤로 갈수록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와 비슷한 모습이 한 두 번 나타난 게 아니다. 무슨 이유였을까. 그는 "아직도 중간계투로 던졌던 것에 대한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중간에서 선발로 와서 그런지, 자꾸 뒤를 생각한다. 지금은 4,5회 이후를 생각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공을 뿌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현희는 201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던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었다. 박빙의 상황에 등판해 짧은 이닝에 전력투구를 하는 불펜투수는 완급조절을 통해 긴 이닝을 던져야 하는 선발과는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이러한 생각이 초반부터 머리를 지배한 것이 한현희의 문제점이었다. 선발로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에 초반에 자기 공을 던지지 못했다.

손 코치는 "현희 공은 아무리 많이 맞아도 6이닝 3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할 수 있는 공이다. 오늘도 직구 구속이 142~147㎞로 나왔다. 초반에 올라가서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고 하더라. 생각을 지우고 나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날 한현희는 직구 55개, 슬라이더 47개, 체인지업 3개를 구사했다. 시즌 전 싱커와 체인지업을 연마하며, 선발투수 전환을 준비했는데 이날은 다시 중간계투로 나설 때처럼 사실상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였다.

손 코치는 "현희는 제일 공 2개만 던져도 된다. 직구 자체에 무브먼트가 있는 선수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하라고 주문한다"며 "물론 체인지업을 안 던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여유가 있을 때 사용하려 한다. 그렇게 체인지업을 안 쓰다 던지거나, 어느 날은 체인지업을 많이 던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날 좋은 공에 집중하고, 차차 나머지 구종도 끌어올리면 된다는 것. 그렇게 선발로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억지로 지금 특정 구종을 던지게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손 코치는 "오늘 현희가 또 배웠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선발투수가 될 것"이라며 한현희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전=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