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NC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 슬럼프를 보는 시각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선 어려움도 겪어봐야지."

NC 다이노스의 4년차 외야수 나성범(26)은 창단 이후 빠르게 팀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창단 4년차' NC에겐 상징적인 존재다. 연세대 재학 시절까지 정상급 왼손투수였지만, 프로 입단과 동시에 김경문 감독의 조언에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신인이자 타자 전향 첫 해인 2012년 2군에서 두각을 드러내더니, 2013년 팀의 1군 데뷔와 함께 인상적인 1군 첫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123경기서 타율 3할2푼9리 30홈런 101타점으로 '3할-30홈런-100타점'을 때려내는 정상급 타자가 됐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면제도 받았고, 팀에 창단 첫 골든글러브도 안겼다.

승승장구였다. 하지만 이런 제자를 보는 스승 김경문 감독에겐 불안감이 있었다. 프로 커리어 초반, 너무 빨리 성공가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분명 흔들리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때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나성범을 '좋은 선수'라고 평가해왔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그이지만, 만족을 모르는 나성범의 근성을 보며 취재진에게 칭찬을 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성범에게 슬럼프가 왔다. 9일까지 올 시즌 팀이 치른 32경기에 모두 나왔지만, 타율 2할7푼6리 3홈런 21타점으로 지난해에 비해선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 감독도 "감독 생각에 타점을 내줘야 하는 때가 있다. 그런데 그 타이밍에 타점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나성범이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꾸준히 특타를 하면서 타격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김경문 감독도 부진으로 고민하는 나성범이 안쓰러웠는지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면서 문제점을 가르쳐줬다.

하지만 김 감독이 항상 당근만 주는 건 아니다. 지난 8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두 타석만에 나성범을 교체했다. 1회말과 3회말 두 차례나 루킹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자, 4회초 수비 때 나성범을 빼버린 것이다.

중심타자라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에 방망이를 돌려야 하는데 가만히 서서 이를 지켜본 모습에 화가 난 것이다. 차라리 헛스윙 삼진을 당해야지, 무기력하게 서서 삼진을 먹고 들어온 모습에 실망했다.

이러한 채찍 역시 김 감독이 나성범을 아끼는 마음에 나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잘했다. 야구가 어린 나이에 잘 되면, 너무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뼈있는 한 마디가 이어졌다. 김 감독은 "더 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움도 겪어봐야 한다"고 했다. 정상급 타자로 떠오른 만큼, 상대의 집중 견제는 당연하다. 상대의 볼배합에 대해서도 좀더 고민을 해야 하고, 수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부진에 채찍을 든 김 감독, 이 모든 게 제자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일침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