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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심의 KIA, 타이거즈 극장에는 스릴이 있다

불안한 듯 하면서도 그럭저럭 버텨주는 마운드, 집중력이 부족한 타선. 카운터 펀치없이 뭐 하나 시원한 게 없다. 초반부터 화끈하게 몰아붙여 거침없이 내달리는 경기를 보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제외한 중심 타선의 부진이 크게 아쉽다. 공수주가 전반적으로 모두 답답하다. 요즘 KIA 타이거즈가 그렇다.

그런데 타이거즈 경기는 흡입력이 있다. 끝까지 경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경기 초반에 일찌감치 승부를 내는 강력한 힘은 부족하지만, 쉽게 지지도 않는다. 또 경기 후반에 화끈하게 몰아붙이는 힘은 부족한 듯 하지만, 지독하게 따라붙는 뒷심이 있다.

'타이거즈 극장'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번주에 벌어진 5경기를 보자. 21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24일 두산 베어스전까지 5경기에서 3승2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쉽게 끝난 경기가 하나도 없다. 5경기 중 4경기가 1점차로 승부가 갈렸다.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은 3대2, 6대7, 7대6으로 3경기 모두 1점차 승부였다.

내용을 들여다보자. 21일에는 0-1로 뒤지던 6회말 1-1 동점을 만든 뒤 7회말 2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이쯤되면 분위기는 KIA쪽으로 온전히 넘어와야 한다. 그런데 8회말 가동한 필승조 심동섭 윤석민이 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줘 3-2로 쫓겼다.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윤석민이 집중력을 발휘해 3대2 승리를 지켰으나,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22일에도 그랬다. 1-7로 뒤지던 7회말 1점, 2-7로 뒤지던 8회말에 3점을 뽑아 5-7로 따라붙었다. 9회말 1점을 추가한 KIA는 6-7로 압박했다. 만루까지 몰아붙였다. 한방이면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차일목이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비록 역전에 실패했지만 KIA가 결코 쉬운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23일 경기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2-6로 끌려가던 KIA는 9회말 브렛 필의 만루 홈런,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이홍구 밀어내기 사구로 7대6, 1점차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상대 불펜 난조 덕을 봤다고 해도 확실하게 파고든 집중력이 무서웠다.

25일 두산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2-3으로 뒤진 8회초 2점을 뽑아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런데 9회말 마무리 윤석민이 1점을 내줘 4-4에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10회초 김다원이 결승타를 때려 5대4로 이겼다. 엎치락뒤치락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경기였다. 3대7로 패한 24일 두산전 때도 KIA는 1-5로 뒤진 8회말 2점을 뽑았다.

요즘 김기태 KIA 감독이 경기후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고맙다"이다.

지난해 10월 타이거즈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이 자주 강조하는 게 '최고의 결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끝까지 최선은 다 해보자'이다. 당장 최고의 경기력을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열심히 하는 선수, 최선을 다하는 선수에게 한 번 더 눈길을 주는 게 김기태 감독 '맏형 리더십'의 중요한 부분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