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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선발 한현희, 좀더 기다려줘야 하는 이유

넥센 히어로즈의 올 시즌 화두는 '선발진'이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빈자리도 컸지만, 수년째 답이 없는 토종선발 구축이 급선무였다.

지난 2009년 13승을 거둔 이현승(현 두산 베어스) 이후 토종 투수의 10승은 없었다. 10승 언저리에도 가지 못하다 지난해 문성현이 9승을 올린 게 그나마 근접한 수치였다. 2010년 번사이드(10승), 2012년 나이트(16승)와 밴헤켄(11승), 2013년 나이트와 밴헤켄(13승씩), 지난해 밴헤켄(20승)과 소사(10승)까지. 외국인 투수만이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도 투수들이 크지 못하면 난 실패한 감독"이라고 말할 정도로 배수의 진을 쳤다. 밴헤켄과 피어밴드로 이뤄진 외인 원투펀치에 3,4선발로 한현희 문성현을 배치했다. 이중에서도 2년 연속 홀드왕 한현희의 선발 변신은 팀과 본인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다.

한현희는 올 시즌 5경기에 선발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중이다. 지난 10일 kt 위즈전 7이닝 무실점 승리 이외에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3월 29일 한화 이글스전과 2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5이닝 3실점씩을 기록했고, 4일과 16일 SK 와이번스전에서는 4이닝 6실점, 3이닝 6실점으로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선발이라는 새 옷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염경엽 감독도 한현희가 위기 상황에 몰리면, 여전히 불펜투수로 던질 때의 습관이 나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발로 전환하면서 장착한 새 무기인 체인지업과 싱커를 구사하지 않고, 주무기인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을 이어가는 것, 그리고 맞혀 잡는 대신 삼진을 잡으려 어렵게 승부하는 것이다.

물론 누구든 익숙한 패턴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발과 불펜은 각각의 특성이 있다. 한현희 역시 선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한현희도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게 맞다.

부진한 한현희를 두고 벌써부터 선발 기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넥센은 기존 다른 필승조 조상우-손승락에, 김영민이 등장해 한현희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워주고 있다. 넥센이 그동안 쓸 만한 토종 선발을 발굴하지 못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

설사 한현희가 선발로 성공하지 못하고 불펜으로 돌아간다 해도 염 감독은 선수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선발전환과 함께 연마한 체인지업과 싱커를 통해 오른손 사이드암투수임에도 효과적인 좌타자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된다.

넥센의 사활을 건 한현희의 선발 전환,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팀과 선수를 위해 좀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