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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중근 도우미' 셋업맨 이동현, '쉬운' 밥상 차리는 남자

LG 트윈스 '셋업맨' 이동현(32)은 요즘 마무리 봉중근(35) 때문에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LG의 승리 공식은 이동현이 '밥상'을 잘 차려 놓으면 봉중근이 끝을 보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봉중근이 난조를 보이면서 LG의 뒷문이 계속 불안했다. 양상문 LG 감독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봉중근에게 계속 마무리 역할을 맡기겠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봉중근이 계속 불안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필승조의 핵심 이동현이다. 일부 팬들은 당장 이동현에게 마무리를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찬헌 얘기도 나온다.

이동현의 요즘 경기력은 셋업맨 중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는 이번 2015시즌 8일 현재 5경기에서 7⅔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7탈삼진으로 무실점 1승3홀드, 평균자책점이 0이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이 0.52다.

삼성이 자랑하는 셋업맨 안지만의 스탯(1승4홀드, 평균자책점 3.52, WHIP 1.17)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봉중근의 현재 기록(2세이브2패, 평균자책점 23.14, WHIP 5.57)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럼 이 상황에서 이동현과 봉중근의 역할을 맞바꾸면 어떨까. 전문가들은 셋업맨과 마무리가 느끼는 심적 부담이 다르다고 말한다. 잘 던지던 셋업맨도 마무리로 가면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안지만도 2014시즌 초반 마무리로 갔다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제자리인 셋업맨으로 복귀했다. 양상문 감독도 준비 기간을 갖지 않고 갑자기 셋업맨과 마무리를 바꾸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결국 LG 불펜진이 최대한 빨리 안정을 찾는 건 이동현이 봉중근이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8일 대전 한화전에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었다. 3-2로 리드한 8회, 마운드에 오른 이동현은 아웃카운트 4개를 잡았다. 8회에 김경언 김태균 최진행에 이어 9회에도 등판, 송광민까지 처리했다. 그리고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기고 마운드를 봉중근에게 넘겼다. 봉중근은 대타 주현상을 볼넷, 모건에게 우전 안타, 정범모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실점 위기를 맞은 후 권용관의 3루 직선타로 더블 아웃 처리해 천신만고 끝에 리드를 지켰다. 봉중근은 이동현이 잘 차려준 밥상을 망칠 뻔했다. 봉중근이 잘 던졌다기 보다는 큰 행운이 따랐다고 보는 게 맞다.

이동현의 어깨는 더 무겁다. 봉중근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동현이 더 먹기 편안한 밥상을 잘 차려내야 한다. 이동현까지 흔들릴 경우 LG 불펜은 정말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정찬헌은 장래 LG의 마무리 투수이지만 아직 제구력 면에서 이동현을 능가하지 못한다.

이동현은 올해부터 LG 투수조 조장이다. 봉중근에게서 물려받았다. 그는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 또 LG 불펜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삼성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동현을 만나보면 두번 놀라게 된다. 먼저 기골이 장대하다. 일단 큰 키(1m92)와 떡 벌어진 어깨가 위협적이고 또 거침없이 자신의 얘기를 토해낸다. 마운드에서 타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모습과 닮았다. 이동현은 이번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칠 경우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다. 그는 지난 2월말 일본 오키나와 캠프 인터뷰 때 "올해 잘 마쳐서 안지만 만큼은 아니어도 그 정도로 대우를 잘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지만은 지난해 말 삼성과 4년에 65억원을 받는 FA 계약을 했다.

이동현이 요즘 같은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LG 뿐 아니라 어떤 팀이라도 65억원 그 이상을 투자를 해볼만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